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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icaldh Aug 29. 2024

날 좋아하지 않았던 상대에게 실망하게 된 날

항상 퇴근 시간이 늦은 나는 늦게 J를 불러내는 게 미안해 매번 '얼른 쉬어'라고 했다. 하지만 오빠랑 말다툼한 이후, 냉랭한 카톡창을 보면서 그냥 집에 들어가면 우리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자존심을 구기기도 싫었다. 난 J한테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은데 너무 늦었을까?'라는 카톡을 보냈고, 오빠한테 '그렇지'라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는 같은 구에서, 그것도 지하철 한 정거장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곳에서 살았지만, 내가 J에게 '보고 싶다'라는 연락을 보내면 '오늘 봤으면 좋았겠네'로 밖에 답장을 하지 않던 한테 실망도 많이 했었지만, '그렇지'라는 세 글자는 내 속을 뒤집어 놨고, 난 오빠 집 앞으로 갈거라 말했다.


그날 대화를 통해 나는 J의 마음을 조금은 깨달았다. J는 상대방의 애정 표현에 따라 반응한다고 말해줬다. 나 혼자 이 연애를 붙잡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 않으니 반응도 미지근했던 거다.


그래서 나도 덜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잘 되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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