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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May 01. 2018

간결하나 생생한 여행, 출장

쉼과 새로운 자극을 받는 여행은 일을 하는 직장인, 공부를 하는 학생,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없이 바라고 기다리는 것 중에 하나이다.  여행지에서의 편안함은 그 자체로도 위안의 대명사로 생각될 만큼 매력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낯선 장소에서 사람과 분위기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게는 일을 위해 어떤 장소로 떠나는 것 또한 여행으로 느껴진다. 여행과 같이 두기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단어인 '출장'. 많은 이들이 기피하기도 하는 '출장'을 여행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매력적인 출장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출장이 매력적인 '여행'인 이유 


삶 속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바로 '일'을 하는 곳

외국인이 한국에 여행을 왔을 때, 인사동에서 비싼 비빔밥을 먹는 것이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듯, 여행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평소 모습에 가까울수록 매력적일 테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관찰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출장'


사람을 대하는 정제된 방식을 볼 수 있는 기회  

주요 관광지에서는 '소비'의 주체인 관광객에 최적화된 대응 방식이 대부분이다. 편의 측면에서는 최고이지만 그 장소에 사는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일'을 하러 장소를 방문하면 지극히 이해관계에 기반한 응대를 시작으로 '일'을 임하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대하는 정제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 문화를 넘어 생생한 경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다녀온 세계 속 출장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속 출장지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분위기를 기반으로 간략히 서술해보았다.  


미국 - 샌프란시스코부터 산호세(실리콘밸리), LA, 시애틀 


필자는 기술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관계로 '실리콘밸리' 출장이 잦았다. 짧게는 2주 길게는 3달에 이르기까지 장단기 출장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들을 관찰한 결과, 뚜렷한 이해관계에 따라 응대하는 방식이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목적성을 가진 미팅을 짧게 잦게 갖는 편이고, 축복받은 캘리포니아 날씨 특성상 믹서(mixer), 밋업(meetup)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주 열린다. 잘 알다시피 직장과 개인의 삶 간에 경계를 명확히 하는 편이고, 직장 동료와 밤에 함께 식사를 하거나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쉽지 않다. 


대만 - 타이페이 


주요 제조기업과의 미팅으로 출장을 간 기억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한인에게 친절한 편이고 정이 많다. 타국가에 비해서 일로 만난 관계와 개인적인 친분의 관계에 장벽을 뚜렷하게 두는 편은 아니며, 오히려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편에 속하는 듯하다. 식도락 여행으로 익히 알려져 있듯 대만에 유명한 음식과 디저트 가게를 소개해주며 그들과 공감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중국 - 북경, 상하이 


북경과 상하이 두 군데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래전부터 상하이는 국제 무역의 중심으로 만들어진 거대 도시답게 오래된 중국 전통부터 화려한 첨단의 모습까지 아주 신기하게도 잘 조화되어 있는 곳이었다. 상하이 사람들은 그러한 분위기에 맞게 지극히 도시적이었으며 문화 간 경계에 대해 개방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에 반해 북경은 수도로서의 자부심과 엄격함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색도 상하이에 비해 차분한 편이다. 북경에서는 중국에 꽤 큰 제조기업과의 미팅을 갖고 상대 회사의 대표가 마련한 만찬 자리에 초청받은 적이 있는데, 해당 기업에서 키운 유기농 채소와 백주,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기반으로 기품 있게 접대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수도답게 그들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중국'의 비즈니스 편견을 많이 깨려는 노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영국 - 런던 


말끔한 양복과 정제된 표현으로 알려진 국가답게 주최하는 행사의 성격에 따른 예의범절의 등급이 정말 뚜렷하다. 사회자의 톤부터 미팅의 성격까지 그전에 세세히 미리 공지되며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비즈니스 에티켓의 수준이 꽤나 높다. 그 덕에 옷차림부터 제안하는 바 하나하나를 신경 써야 했던 기억이 있고, 서양식 파인 다이닝과 비즈니스 문화가 아주 잘 결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탈리아 - 피렌체 


피렌체라는 도시는 유서 깊은 미술 작품이 가득하고 거리에 노란 간접 조명이 도시 전체를 한 폭의 그림같이 수놓았으므로 사람들의 응대 방식 또한 회화적이다. 회화적인 응대라 함은 전체 스케치로 크게 그리는 듯 보이지만 아주 세세한 덧칠에서 힘을 주는 느낌이었다. 규격보다는 콘텐츠를 더욱 신경 쓰고 유서 깊은 유적과 연계한 학술행사와 연회(Banquet)가 인상적이었다. 


뚜렷한 목적으로 만난 이들은 그 자체로 그 나라를 대표했으며 생생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들과 함께 '일'했던 추억들이 큰 세계지도 속 이야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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