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놀라움과 기쁨 2
스텐첼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다.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비디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를 활용해 작업한다. BBC, 혼다 등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고, 2020년 영국 ‘올해의 푸드아트 크리에이터’ 상을 받았다.
그의 예술 세계는 ‘집 안의 초현실주의’(Household Surrealism)’로 불린다. 일상의 사물에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스텐첼은 익숙한 집을 상상력 충만한 놀이터로 만든다. 양상추로 만든 강아지 ‘크런치(Crunchie)’, 계란으로 만든 방울토마토, 아이스크림 위에 올라앉은 초코 고양이(Choco Cat), 강아지로 변한 식빵(Brad Pets) 등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대표작은 지난해부터 선보인 ‘빨랫줄 시리즈’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로 말(Peg-asus)과 소(Smoothie)의 형상을 만들고, 빨래집게로 뿔을 연출하는 식이다.
(2022. 11. 11. 여성신문 기사 중 일부)
잠실에서 빈센트 발의 'Art of Shadow' 전시를 보고 한강을 건너 건대입구역 롯데시네마 3층 전시실에서 '헬가 스텐첼 특별전'을 봤다.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를 보내기에 하나의 전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사실 우리 일행은 빈센트 발의 전시에서 받은 감흥으로 다소 흥분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전시가 그 이상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전시장 입구에 헬가 스텐첼이 팸플릿 끝을 구부려 입술을 만든 사진이 있고 팸플릿을 받아 든 관람객들은 하나 같이 사진 앞에서 똑같은 포즈를 취해 본다. 전시장 입구에서 헬가 스텐첼을 흉내 내 봄으로써 이 전시를 보기 전 장착해야 할 작가의 세계관과 무드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좋은 시도였다.
헬가 스텐첼은 집안에서 매일 보는 사물들을 아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봄으로써 이제껏 내가 봐 온 세상과 전혀 다른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한다. 차원의 문을 통과하거나 마법의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증강현실을 보고 멀티버스적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식빵과 양상추는 더 이상 식빵과 양상추가 아니다. 그야말로 개 그 자체다. 사람의 귀 구멍에 작은 모자를 씌우니 돼지가 되고 아보카도 합창단 사진을 보고 어찌 아보카도 합창단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랴. 헬가 스텐첼의 대표 시리즈인 빨래 시리즈는 봐도 봐도 재미있다. 조금 '다르게 보기'의 이토록 대단한 결과물을 보면서 작가의 상상력만큼은 아니겠으나 지금보다 다채롭고 재미있는 삶을 위해서 나도 '다르게 보기'를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 득템 ㅎㅎ. 이 세상을 단순하게 단조롭게 납작하게 볼 것이냐 앞뒤 위아래 요리조리 다채롭게 보려 할 것이냐... 나이 들어 굳어 가는 마음과 머리를 유연하게 하는 스트레칭. 결국 삶에 대한 태도. 작가가 보여 주려 한 것은 그거였나?
만족스러운 전시 관람을 마치고 아래층 롯데시네마로 내려와서 엄마들은 잠깐 커피를 마시며 쉬고 아이들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했다. 롯데시네마는 지점마다 작은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규모가 작고 게임기가 다양하지 않아서 그리 오랜 시간을 벌지는 못했으나 오락실은 언제나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