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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람 May 06. 2023

언론사와 챗GPT 그리고 두려움

챗GPT에 대한 단상 모음

출처 REUTERS


하나. 회사에서 챗GPT 관련 외부 초청 강연을 들었다. 주제는 언론사의 챗GPT 활용. 주제를 수식하는 말로 '차세대 게임체인저'와 '전략적' 활용이 붙었다. 여러 이유로 언론'사'의 위기를 느끼는 요즘, 언론사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 보기 좋은 시간이었다.


강의는 대체로 챗GPT와 이것을 포함하는 넓은 범주인 생성형 AI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보조적인 수단으로 잘 활용하면 지금보다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AI가 기사 초안을 작성하고 사람 기자가 수정만 한다거나,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터뷰 전에 정보를 정리해 준다던지, 사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방법 등을 말했다. 영상 분야로 본다면 창작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작은 AI가 해줄 테니 PD에게 편집 기술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챗GPT는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었다. 작년 11월 세상에 나와 크게 주목을 받았던 챗GPT 3.5보다 더 똑똑해진 4.0이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3월에 나왔다. 4.0은 더 똑똑해졌다. 읽고 쓰는 능력과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졌다.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3.5는 하위 10%의 성적을 냈다면 4.0은 상위 10%의 성적을 냈다고 했다.


달라진 AI의 학습 기법 때문일까. 예전엔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과 추론을 했다. 이 방식은 입력한 데이터에 따라 편향된 결과값을 낸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는데 이제는 순서를 바꿔서 학습한다. 적거나 거의 없는 데이터로 학습과 추론을 먼저 하고, 그 후에 데이터로 미세 조정을 한다는 거다. 퓨샷러닝(Few-Shot Learnig)이라고 한다. 마치 아이에게 하는 창의력 학습법 같았다. 답을 알려주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도출하게 하는 것, 틀린 것은 나중에 바로 잡는 것 말이다. ‘AI가 이렇게 학습해도 편향성 문제가 100% 해결될 수는 없을 텐데...’ 생각했지만, 완전히 해결할 수 없으면 또 어떤가. 사람도 편향되어 있는 걸.



둘. 강연을 듣는 내내 두려움 내지는 경계심이 들었다. ‘이 녀석’ 사람보다 똑똑해질 것 같다. 미래를 상상했다. 로봇이 인간을 조종하는 영화적인 상상부터,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를 사람이 걸러내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 무엇보다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생각까지 하는지를 사람이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 다시 말해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 언론사의 챗GPT 활용 예시로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언급됐지만 그 이상도 충분히 있지 않을까. 독자적인 콘텐츠 생산자처럼. 두려운 일이다.  


제프리 힌튼 교수 (출처 연합뉴스)

오랜 시간 AI를 연구하고 딥러닝을 처음으로 만든 제프리 힌튼 교수가 지난달 구글을 퇴사했다. AI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위험성이 생각보다 더 심각해서 수십 년 동안 AI 연구해 온 것을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힌튼 교수가 어떤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발언이 아니라 진정 소신에 따른 퇴사 결정과 발언이라면 꽤 무서운 경고인 셈이다.


힌튼 교수는 AI가 사람보다 똑똑해지려면 30년~50년 이상이 걸릴 거라고 전망했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벌써 인간 지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했다. 국내에선 지난달, LG가 만든 AI가 그린 그림이 한국광고학회가 주최하는 올해의 광고상 대상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인간만의 무기인 줄 알았던 창의성 부분에서도 AI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인간과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에 또 놀랍다.



셋. 돈이 되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산업이 생긴다. 지난 11월 챗GPT 3.5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뒤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 빅테크 기업들도 생성형 AI에 달려들었다. 검색 시장의 93% 점유율(스탯카운터, 2022년 말 기준)을 가진 구글을 대적하기 위해 MS는 2023년 2월 챗GPT 기능을 적용한 ‘뉴 빙’ 검색엔진을 발표했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인공지능 개발에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 왔지만 MS의 전쟁 선포로 ‘속도전’에 뛰어들었다.


국내에도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생겼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주축으로 산업을 규제보다는 육성하겠다는 방향이다. AI로 새롭게 발생할 디지털 관련 쟁점에 질서를 정립해서 사회에 잘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제도가 기술을 못 따라갔던 사례들이 생각났다. 타다가 그랬고, 핀테크 분야의 토스가 그랬다. 기존 산업과의 밥그릇 다툼은 둘째치고 규제 때문에 뭐 하나 새로운 시도조차 힘들었던 사례들이다. 명시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는 새로운 것들을 개척해야 하는 신기술 기반 산업의 발목을 자주 잡았다. 이들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면 안 되는 것만 명시하는 것. 자율적인 공간을 넓게 확보해 주는 규제 방안이다.


AI 산업에서도 진통이 있을 건 뻔하게 예상된다. 과거의 경험이 과연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넷. prompt 엔지니어 연봉이 수억 원으로 뛰었다고 했다. AI에게 검색어를 어떻게 입력해야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직업이다. 가까운 미래에 초등학생들은 코딩 배우기를 그만둘 것 같다. 이제는 코딩 대신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방법을 배우겠지.


내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정보검색대회가 있었다 (90년대생이다). 시험지에 질문들이 적혀있고, 인터넷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검색해 내는 경진대회.  요즘 초등학생들은 코딩을 배운다. 그리고 미래에는 프롬프트 설계를 배운다면 나중에는 검색세대, 코딩세대, 프롬프트세대로 나눌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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