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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Apr 19. 2023

가정환경이 미치는 회복탄력성에 대하여

시련과 실패에도 금새 딛고 일어서는 회복탄련성 ‘근수저’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시련과 실패를 겪는다.

하지만 같은 시련이 주어져도 누군가에겐 훌훌 털고 일어날 사소한 문제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영원할 것만 같은 시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시련과 실패를 극복하는데 주어지는 회복시간이 사람마다 다르게 주어진다는 말이다.

이걸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른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튀어 오르는 비인지능력 혹은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라고 백과사전에서 얘기하고 있다.


내가 이 회복탄력성에 대한 걸 알게 된 건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다.

신랑은 나와는 다른 가정환경에서 태어났다.

시부모님께서는 대단히 부자는 아니시지만 성실하게 일을 하여 지금은 우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벌고 계신다.

아직까지도 그 업계에서는 인정하는 능력자이시다.


전문대학교를 졸업하셔서 성실하게 두 아이를 키우며 일도 놓지 않으셨다.

물론 신랑은 그렇게 바쁜 부모님이셨기에 이모의 손에서 컸다고 한다.

그렇지만 밥을 굶거나 부모님이 자신에게 무관심하지 않았고 들어보면 시부모님은 오히려 열성부모에 속한다


시아버지께선 술버릇이 고약하셨지만, 술을 드시지 않을 때는 평범하고 다정한 아버지였다고 한다.

또 시부모님은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단다.

물론 시아버지께서 술 드신 후 일방적으로 어머니를 괴롭게 하셨어도 어머니는 같이 윽박지르거나 다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시어머니께서 우리들 앞에서도 아버지를 몰아세우시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꼬리를 내리신다.

젊었을 적 어머니를 괴롭게 했던 게 미안해서 그러는 거라고 아버지는 말하신다.


그렇게 시부모님은 서울은 아니지만, 신랑이 스무 살 때 즈음 작고 낡은 아파트에서 넓고 좋은 아파트로 이사도 가시고,

지금은 일과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고 계신다.

우리보다 더 바쁘신 부모님이다.

일이 끝나시면 댄스, 탁구, 만보 걷기, 모임 등등 바쁘게 보내시고,

주말이면 등산을 다니시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국내나 해외여행을 다니기 바쁘시다.

그럼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서울로 올라오셔서 아이를 봐주시고, 우리는 나가 놀라며 내보내곤 하신다.


나는 그런 시부모님이 너무나 존경스럽고 신기했다.


또 내가 생각했을 때 별거 아닌 일이어도 시어머니는 낯간지럽도록 칭찬을 하곤 하셨다.

신랑한테든 나한테든 칭찬을 하시는데, 나는 그게 처음에는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진심이셨다.

중요한 건 진심이든 아니든 그게 어머니의 버릇 같은 일이었고, 신랑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신랑은 지금 나에게도 사소한것마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어머니를 닮았다



우리 부모님은 시부모님과는 많이 다르다.

꾸준하게 해온 일도 없으시고, 일을 하다가 쉬고 하다가 쉬고 하면서 늘 돈이 부족하고 가난의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급식비가 늘 밀리면서, 나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여야만 했다.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말을 꺼낼수 없었고, 처음 다녔던 학원에서도 학원비가 밀려 그만둔적이 있었다.

그 뒤로 한번도 국영수 학원은 다녀본적이 없다.


또 어릴 때 부모님을 떠올리면 늘 싸우는 모습이 가득했다.

엄마의 표정은 그래서 언제나 불행한 여주인공과 같았고, 항상 날 버리고 어딘가로 떠날 것만 같았다.

실제로 나는 하루아침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기도 했고, 아빠는 폭력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서류상 이혼까지 하신 상태다.

어쩐일인지 여전히 같은 집에 같이 살고 계시지만,

결혼후에도 엄마와 아빠는 나한테 전화해 서로의 뒷담을 하기 일쑤고, 옆에서 지켜보던 신랑까지 내가 힘들겠다며 불쌍히 여기면서 우리 부모님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두분 모두 취미생활은 커녕 집에서 TV를 보는게 전부이다.

학창시절 난 도대체 부모님은 무슨 낙으로 사시는 걸까 진심으로 걱정하며 취미를 가져보시라고 권했지만,

다 돈이라고 취미생활은 사치이고 돈 많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갖는거라고 하셨다.

신랑에게도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의 부모님 노후걱정까지 해야 할 판이다.


부모님의 칭찬도 내겐 어색한 게, 내가 반에서 상을 받거나 좋은 성적을 받았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남들 다 하는 거 아냐?”라는 투였는데, 실제로 커서도 난 누군가 내게 칭찬을 하거나 내가 좋은 결과를 얻으면 남들 다하는 게 아닐까 의문을 갖곤 한다.



다 부모님 탓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신랑과 나는 이렇게나 다른 가정환경으로 살아왔고 그게 회복탄력성에 어떻게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다.


신랑은 “안되면 말고“의 정신으로 실패하거나 거절당하는 데에 크게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도전하고 싶어 할 때면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얘기해 주었고,

나는 “그러다 다 망치면? 못하면? 하다가 도중에 그만두면 너무 손해 아냐?”라고 얘기하는 날 두고선

“잘할 거야! 도중에 그만둬도 돼”라고 안심시켜주곤 했다.

돈이드는 일이라도 “그돈 없다고 우리가 힘들진 않아“라고 말해주었다

결혼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거다


또 누군가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더라도 신랑은 크게 고민 없이 시원하게 부탁을 하곤 했고,

신랑 지인들은 또 그 부탁도 잘 들어주곤 했다.

나는 그런 신랑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부탁하는 것마저 어려워한다.

사람들이 귀찮아할까 봐이기도 하지만, 거절을 당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물어보았더니, “안되면 말고~”였다.

본인도 부탁을 받으면 잘 들어줄 의향이고 계속 부탁거절당하면 앞으로 그 사람한테 부탁 안 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또 내 어릴 적 꿈에 대해 얘기했을 때도, 나는 그 당시 내가 열정이 없다 생각하고 꿈을 포기하였다고 얘기했지만,

신랑은 가만 듣고서는 “그때 네가 가정형편이 어려우니까 너 스스로에게 합리화하고 그만둔 게 아닐까. 남들과 다른 출발선이라 불리하게 느껴졌을 거고.

이게 잘 안되면 너는 당장 너무 힘든 상태니까. 너는 똑똑한 사람이잖아. 그래서 빠르게 그만두는 걸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 “

난 그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거 같았다.



내 탄력회복성은 너무나 약해서, 하다가 잘못되면 다시 일어설 힘이 남들보다 몇 배는 부족해서 부딪힐 용기도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무너져 내릴 때마다 다시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 시간들이 나는 내가 너무 무능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나에게는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내 탄력회복성이 가정환경으로 인해 약하다한들 언제까지 약할 것인가.

또 그렇다고 나 자신을 팽개치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내지 않는다면 그건 이제 가정환경 탓만이 아닌 내 탓이 되는 거다.



가정환경이 주는 탄력회복성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금방 붙는 ‘근수저’가 있듯이 회복탄력성도 근수저는 분명 존재한다.

근수저가 아닌 사람들은 시련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게 분명 근수저인 사람들에 비해 힘들다.

그래서 성공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몇 배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지언정 해낼 수 있다.


그러니 본인이 실패할 때마다 남들보다 다시 일어서기 왜 이리도 힘든 건지, 왜 이리 무기력하고, 끈기가 없고, 실패를 두려워하는지.

스스로를 너무 책망하지 말자.


회복탄력성이 타고나지 못했다면, 꾸준하게 탄탄하게 만들어나가면 된다.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근육이 붙고 탄탄한 몸매로 만들어지고, 며칠 쉬었다고 금세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조금만 운동해도 다시 몸이 좋아지곤 한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꾸준하게 근육을 붙여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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