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쓰다] - 뉴스 소비 패턴에 맞게 써라
모든 언론사가 가장 취약한 시간대는 새벽이다. 기자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퇴근 후엔 밥 먹고 쉬다보면 뉴스를 덜 신경 쓰게 된다. 그래도 기자들은 휴대전화를 계속 들여다보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잠이 드는 새벽엔 무방비 상태가 된다.
방송국의 경우 새벽에 발생한 사건도 현장에 나가서 영상을 찍고 취재를 해야 한다. 밤새 산불이 났는데 아침에 쓸 그림이 없으면 뉴스를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송 기자들은 돌아가면서 철야 당직 근무를 한다. 취재기자 1~2명과 영상기자 1명 등이 회사에서 밤을 새우면서 사건·사고를 확인한다.
철야 근무자의 또 다른 역할은 아침뉴스를 제작하는 것이다. 대부분 방송사는 시민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서 아침뉴스를 내보낸다. 대부분 전날 저녁 만들어 놓은 리포트를 다시 틀어주는 경우가 많지만, 밤사이 새로 발생한 사건·사고나 해외 소식은 새로 제작을 한다.
아침뉴스는 필연적으로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벽에 전화로 취재를 하는 건 상당한 제약이 있고 비몽사몽간에 정신을 차려가면서 기사를 쓰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녁뉴스에 나가는 리포트는 하루 종일 취재와 제작에 공을 들이고 여러 사람이 검토해서 나가는 기사지만, 아침뉴스는 많은 과정이 생략된다.
그런데 아침뉴스는 항상 인터넷에서 높은 조회 수와 댓글 참여가 발생한다. 출근하는 길에 대중교통에서, 출근한 뒤에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 뉴스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점심 시간, 퇴근 시간에 뉴스 소비량은 급증한다.
이 때문에 중앙일보에선 퇴근시간 이후에 작성된 기사 중 급하게 내보내야 할 게 아닌 기사라면 다음날 새벽 5시로 예약출고를 걸어놓는다. 통계적으로 모두가 잠 잘 준비를 하는 늦은 밤에 기사를 내보내는 것보다 아침에 내보내는 게 훨씬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침에 발생한 사건의 경우 오전 11시쯤 내보내면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의 화제 거리가 된다.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에 맡게 기사를 출고하게 된 배경에는 통계 시스템이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중앙일보에는 뉴스의 소비 경로를 추적하는 통계 시스템 JA(Joongang Analytics)가 있다. 여기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는 오늘 총 클릭 수, 네이버·다음·페이스북 등 접속경로별 클릭 수, 분당 접속자 수 등이 망라돼 있다. 어느 부서가 얼마나 기사를 생산했는지, 반응이 높은 기사는 무엇인지 등도 상세히 알 수 있다.
내 기사의 성적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기사의 클릭 수뿐만 아니라 내 기사를 평균 몇 초 동안, 어디까지 읽고 나갔는지, 내 기사를 본 이용자가 다른 중앙일보 기사는 무엇을 봤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통계 시스템을 통해 기사의 정량적인 피드백을 확인하고, 기사를 제작할 때 이 피드백을 참고하는 습관은, 기사의 출고 시간뿐만 아니라 발제 및 기사 작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떤 주제를 발제해야 더 소구력이 있는지, 어떤 내용은 어느 정도 분량으로 써야 할지, 사진 등 영상 자료는 몇 개나 넣어야 하는지 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량적 평가와 통계 시스템 도입이 가장 늦은 업계 중 하나가 언론사이다. 기사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이 대부분 고연차 기자의 감각이나 경험에 의존해왔다. 통계 시스템이 기사를 정교하게 만들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더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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