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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환 Oct 19. 2021

파리와 미얀마를 바라보는 한국 언론의 온도차

51. [생각하다] - 국제 뉴스와 서구중심주의

2019년 4월 15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에서 불이 났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불이 번지고 첨탑이 무너질 때 많은 파리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는 얼굴이 전파를 타고 한국 뉴스에서 보도됐다.     


이날 한국 주요 방송 뉴스의 첫머리에는 파리에서 온 이 소식이 도배가 됐다. 한 방송사는 톱뉴스부터 시작해서 15분 넘게 이 사고를 분석했고, 이를 보는 한국 시민들의 반응도 많은 비중을 할애해서 넣었다.     



인류의 유명 문화재가 소실된 것은 큰 뉴스지만 그 비중이 적당했는지는 상대적으로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주요 문화재가 파괴됐을 때 이정도 비중으로 다뤘을까. 단신으로도 잡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종교적인 문제로 총격전이 벌어져서 시민들이 사망한 사건도 마찬가지로 비교 대상이다. 2021년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매일 수십 명씩 죽었다. 한국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역사적 공통 분모가 있는데 미얀마 시민의 사망을 프랑스 시민보다 덜 비중 있게 다뤘다.     



갈수록 세계가 더 연결되고 상호 의존적으로 변하면서 국제 뉴스는 전달 속도가 더 빨라지고 품질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런데 그 비중을 보면 대부분 서구 사회의 소식이다. 이는 한국 뉴스만의 현상이 아니다. 언론학자들은 "전 세계 TV뉴스의 국제 리포트가 미국의 CNN 뉴스와 같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구 사회의 시선에서 작성한 기사를 그대로 베껴온 기사가 늘어났단 것이다.     


국제 뉴스에서 뉴스 가치를 판단할 때 서구중심주의만큼 경계해야 하는 것이 자국중심주의다. 한국의 언론사가 한국 중심의 시선에서 기사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국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을 잃으면 ‘국뽕’ 뉴스가 될 수 있다.     



2019년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노노재팬 현상'의 배경엔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있다. 이때 한국의 관점에서 기사를 쓰는 것은 당연했지만 일부 기사는 지나치게 반일 감정을 부추겨왔다. 화제성 보도와 애국심 마케팅을 통해 ‘장사’를 해보려는 의도가 담긴 기사였다.     


자국중심주의를 논의할 때 비교 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사례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포클랜드 전쟁 보도다. BBC는 아군과 적군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영국군과 아르헨티나군이라고 표현했다. 뉴스의 비중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입장을 비슷하게 배치했다. 자국의 전쟁 상황조차 객관화해서 보도한 것이다. 영국에선 "BBC는 도대체 어느 편이냐" "공영 방송이 이적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공영 방송의 역할과 언론의 객관적 태도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당시 BBC는 "우리는 애국심을 팔고 사는 업체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의 입장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정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 없이 자국중심 보도를 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사들이 짚어보고 넘어가야할 부분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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