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경 Dec 08. 2021

5개월 간의 취업 준비를 마치며

나도 이제 직장인!

 5개월,

 누군가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짧게만 느껴지는 기간일 것이다.


 한 해를 기준으로 1~6월은 상반기, 7~12월은 하반기 채용 공채가 열린다. 해당 기간 중에서도 주요 기업의 채용 공채가 열리는 핵심 기간은 3~4월(상반기), 9~10월(하반기)이다.


 나는 수능을 3번이나 응시한 데다, 휴학을 1년이나 했기에 쌩 신입의 여자치고는 '26살'이라는 다소 많은(?) 나이를 먹고서야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니, 올해 하반기가 첫 취업 돌입이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26하고도 1/2살을 더 먹은 후에야 취업 준비를 시작한 이다.


 나는 주변에 친한 선배, 취업을 준비하는 동기 한 명 없었으므로 조언을 구할 사람 하나 없이 노베이스로 혼자 취업을 준비해야 했다.


 남들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조급한 상황.

 게다가 유일하게 있는 토익 점수는 850점대로 굉장히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인턴경험도 zero.

 그나마 내세울 것은 3.8/4.5의 준수한 학점과 다양한 마케팅 관련 대외활동을 경험했다는 정도? 그리고 1회의 공모전 수상 경력이 전부였다.



 그런 내가 불과 5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사실 방금 최종 면접 합격자 발표 창을 보고 온 상태이기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취업 준비 기간을 되돌아보면 나는 운이 참 좋았다.



 대학교를 진학할 당시부터 마케팅 직무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특정 산업 군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마케팅이면 다 좋다는 마음뿐이었다. 따라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케팅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곳이라면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중에 하나가 KB국민은행이었다.


 내가 '운이 정말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취업을 준비하는 첫 시즌인 2021년 하반기에 국민은행이 신입행원으로서 마케팅 직무를 고용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서류를 제출할 당시, 나는 은행에 대한 기존의 관심이나 지식 하나 없이 막연하게 마케팅 하나만 바라보고 지원을 결심했다.


 국민은행은 서류 전형으로 자소서+AI면접을 종합하여 채점한다. 은행에 대한 큰 관심이나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될 대로 되라지하는 심정으로 해당 기업에 지원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이게 뭐지?'하며 들뜨기도 잠시, 서류 합격 발표날로부터 불과 4일 후에 필기시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은행에 관심이 없었기에 신입행원은 NCS 기반의 시험을 응시해야 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일단 급하게 강남의 한 서점에 가서 NCS 책 2권, 경제 시사이슈 책 1권을 집어 들고 하루에 12시간씩 무작정 공부에 매진했다. 평화롭게 살던 내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왜 이렇게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필기시험 당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당시 내가 본 시험장에는 나와 함께 마케팅 직무를 희망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약 300여 명가량의 응시자가 있었다.


 NCS 시험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해당 시험 보통 은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평균 6개월~1년 사이로 준비하는 시험이라는 것이었다. 시험의 존재를 알게 된 지 4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내가 해당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100분 동안 100문항을 풀어야 하는 시험에서 나는 시간 부족 문제로 20문제나 찍어야 했다. 심지어 시험 종료 1분 전 급하게 푼 문제는 마킹을 하고 난 직후에서야 내가 틀린 답을 체킹했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상태로 해당 OMR카드를 수정 없이 제출해야 했다.


 시험을 보고 응시자들과 함께 섞여 나오는 길에 눈물이 글썽였다. 주변에서는 다들 시험이 쉬웠다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고 오픈 카톡에서 지원자들끼리 답안을 맞춰보는 문제들은 죄다 나와 다른 답변들 뿐이었다. 마치 내가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며 혼자 들떠서 자격도 안 되는 곳에 주제도 모르고 낀 느낌이었다. 내 주변에서 시험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나보다 대단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 같았다. 엄청난 자괴감과 무력감에 휩싸여 서류 전형 합격자들이 접속해 있는 오픈카톡방도 나와버렸다.



 '아, 떨어졌구나. 어차피 은행에 별 뜻 없었잖아. 운 좋게 서류 하나 붙은 데다 3일 공부했는데 뭐가 그리 허탈하다고 자신감이 떨어져. 금방 털어내고 잊어버려.'


 계속 자기 자신에게 힘을 내라고 마음속으로 읊조렸지만 쓰러진 내 마음은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않고 접착제를 발라놓은 양 바닥에 붙어있기만 했다. 결국 집에 와서 필기시험 당일날 오후에 본 동원F&B AI 면접도 완전히 망쳐버렸다…(그런데 결과적으로 해당 AI면접은 합격 통보를 받았다. 대체 뭐지?) 거기에 필기시험을 치른 다음 날, 열렬히 좋아했던 남자 친구와의 이별까지. 정말 최악의 연속이었다. 입맛이 없어서 3일을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순식간에 체중이 3kg나 감량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날.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머릿속에서 뒤섞였다. 합격자 발표 당일날 아침, 나는 꿈을 꿨다. 필기시험에 합격하는 꿈이었다.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얼떨떨하고 기뻐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내 방 천장이었다. 안 그래도 해당 시험 응시 이후 자신감이 하락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허황된 꿈을 꾸고 나니 허무함이 쓰나미처럼 강하게 몰려왔다. 이런 꿈까지 꿨는데 필기 불합격 결과창을 마주한다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오후 5시. 대망의 필기 합격 발표 시간.


 카페에서 코딩 공부를 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곳으로 집중을 분산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자꾸 시계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결과는 …… 합격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눈물을 흘리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카페에서 혼자 결과를 확인하고 울며 전화하는 꼴이 마냥 우스웠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이것은 신이 내게 주신 기회라고 판단했다.


 만약 해당 필기시험을 재응시한다면 다시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반드시 이번 기회 안에 합격해야 한다.


 때문에 취업 준비 사이트에서 필기 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면접 스터디를 구했다. 하루에 거진 8시간씩은 취업 준비에 매진했다. 이때의 간절함이 금융권에 진심 어린 목표와 흥미를 가지게 도와주었다.




 무난했던 1차 면접을 마치고 …

 (1차 면접은 천안연수원에서 무려 6시간이나 이루어졌고 1개의 검사, 1개의 시험(PDF 500장 분량), 2개의 면접(세일즈/PT)으로 구성되었다. 면접 응시 후 완전히 진이 빠질 정도였다.)


 문제는 2차 면접이었다.

 면접관3 : 면접자5로 구성된 다대다 면접에서 나는 가장 구석 자리에 배정되었다. 마치 병풍처럼 구석에서 다른 지원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면접의 들러리가 된 기분이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말을 얼마나 유창하게 잘하던지 면접에는 꽤나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던 나였지만 그 순간에는 완전히 자신감을 상실해 버렸다.


 국민은행을 지원한 이유, 내가 채용되어야 하는 이유, 입사 후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는 메타버스와 NFT 관련된 열정과 흥미를 강조했다. 특히 NFT 사업은 금융업에서 미래 유망 사업이자 필수 사업이라고 생각해 혼자 공부를 열심히 했다. 때문에 블록체인을 어떤 화폐 기반으로 할 것인지, 어떻게 프로모션 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아이디에이션해갔다. 그러나 면접관분들은 NFT라는 용어가 생소했는지 NFT 이야기를 꺼내자 면접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어떠한 추가 질문 또한 없었다.



 '아, 떨어졌구나…' 망연자실했다.


 다른 면접장에 배정이 돼서 다른 면접관 분들을 만났다면 조금은 다른 반응이었을까. 면접이 참 잔인하고 운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면접 도중에도 수 없이 머릿속을 배회했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한 번만 더 내 다른 역량을 어필할 수 있다면…….'


 마음속으로 혼자만의 독백을 계속하고 있는데 면접관분께서 어느덧 면접 시간이 종료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아, 이대로 국민은행과의 질긴 연이 끝났구나. 그동안 내가 흘렸던 눈물들과 면접을 준비하면서 투자했던 시간,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면접 시간이 애매하게 5분 남았네요? 마지막으로 다들 하고 싶은 말 짧게 40초씩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내게 한 번 더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제가 이 말을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간다면 한이 맺힐 것 같다하는 말이 있었는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며 인사했고 면접관들께서 웃으시며 '그래, 말해보라.'고 대답했다.

 나는 40초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빠르게 오늘 NFT/메타버스 위주로만 말한 것이 아쉽다고 말씀을 드렸다. 또, 두 가지를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첫 째는 내가 비대면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면서 했던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개선 방안이었다. 실제로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과 내가 느낀 점을 언급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혼합한 공간 마케팅을 기획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또, 시간 관계상 이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둘 째는 최근 국민은행이 Z세대를 대상으로 출시한 어플리케이션 사용 경험이었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훌륭하다고 판단했으나 재미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따라서 어떠어떠한 기능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이 때는 앞선 답변과 다르게 반응이 무척 좋았다. 반면 다른 지원자들은 '오늘 면접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은 '오늘 면접 시간이 짧아 제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평이한 대답만 반복했다.


 어쩌면 마지막 답변이 상황을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는 역전수가 됐을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오늘.


 오후에 타 기업의 임원 면접을 진행하고 터덜터덜 집에 걸어왔다. 얼마 안 가 국민은행 최종 합격자가 발표됐다. 그리고 거기에 내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운이 좋았다.


 첫째, 노베이스로 취업 준비 첫 시즌만에 바로 원하는 기업+직무에 합격했다는 점.

 둘째, 나의 취업 준비 첫 시즌에 국민은행이 마케팅 직무를 처음 모집했다는 점.

 셋째, 3일 만에 공부한 NCS 필기시험의 결과가 합격이었다는 점.

 넷째, 끝날 줄만 알았던 2차 면접의 시간이 애매하게 5분이 남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


 나는 내가 남들보다 훌륭하고 탁월해서 합격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100% 운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분명히 내 노력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 준비 과정에서 유독 내가 운이 좋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합격 발표를 보고 기분이 좋았으나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내가 누군가를 밟고 올라온 것이기에, 내가 합격 결과창을 보며 웃고 있을 때 어떤 이는 슬피 울며 깊은 상실감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국민은행 입행 이후에도 자만하지 않고 자기 계발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들을 대신해서 합격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취업 준비 때문에 한동안 미뤄놓았던 데이터 분석, 코딩 공부에 다시 매진할 것이다. 그리고 sql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또, 내가 기획하고 프로모션하고 싶었던 사업인 NFT 관련 강의 콘텐츠도 청강을 신청했다.



 남들보다 운이 좋아 빠르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다사다난했던 만큼 나는 절대로 지금의 소중함을 잊지 않을 것이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더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야겠다.



 이상으로 짧았다면 짧고 길었다면 길었을 취업 후기를 마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다른 이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2021년 KB국민은행 신입행원(UB마케팅) 예상 배수》

1200명(서류 제출) → 500~600명(필기) → 250명(1차) → 150명(2차) → 50명(최종)


 어떻게 내가 합격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얼떨떨하다.

 나를 선택한 국민은행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취준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