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스웨덴으로 떠나다! 24시간에 공항 2번 갔던 고난의 이틀
2016년 11월, 스웨덴 석사 박람회 방문 이후 스웨덴에 꽂히기 시작하던 찰나
그해 12월에 봤던 프랑스어 시험의 결과가 4월에 나왔는데, B1 레벨이 떨어지는 바람에,
새로운 돌파구로, '이번이 아니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작정하고 떠났던 스웨덴.
1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보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4월 3일 오전 6시 48분, 한국에서 러시아를 거쳐 총 12시간의 비행을 통해 스웨덴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나섰습니다. 저렇게 티켓을 받을때까지만 해도 신나있었죠. 드디어 내 꿈의 무대인 유럽으로 가는구나라고. 당시 저는 4개월동안 스웨덴어를 독학하고 갔었기에 가면 난 정말 잘하겠지? 라는
되도않는 20대의 패기로 아주 가득차있었답니다. 오후 12시 비행기여서, 공항으로 마중나온 친누나와
지인을 뒤로 한 채 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SVO) 공항까지는
날씨가 나빠도 7시간에서 8시간 정도면 도착합니다. 문제는 이 비행기가 12시 40분에는 이륙을 해야 하는데 당일 오후 2시 47분에 이륙을 했어요. 지연을 3시간했는데 그때부터였나요. 딜레이는 1년간 저를 데스티니처럼 쫓아다녔습니다.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약 3768마일 (6,064.1km). 멀고도 험합니다.
사라메티예보 공항에서 스톡홀름의 알란다 공항까지가 약 952마일 (1,533km) 정도고
더 중요한건 거기서 제가 처음 살았던 도시 웁살라까지는 또 45km 정도가 됩니다.
알란다 공항 국제선 5번게이트 버스정류소 앞을 단골처럼 웁살라 중앙역과 함께 나타나는 801번 버스를 타면 약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네. 현지 시각 4시 36분. 보딩까지 1시간 10분 남았는데 아주 미친듯한 간발의 차로
러시아 세레메티예보에 도착했습니다. 당일은 비와 눈이 섞여왔고, 심지어 바람까지 불어서 정말 개추웠어요. 유럽 오자마자 가시밭길인가 싶었습니다 (물론 이후에 일이 더 격정적이고 눈물이 날법한 것들이었지만). 5시 4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공항 건물의 쇼핑동을 빠져나와 여권 통과를 한 후
6분 거리(심지어 버스로) 를 가서 비행기를 타야 됩니다. 그래서 비행기는 급하고 공항을 볼 틈이 없으니
반쯤 질주하다시피 여권 통과를 받으러 나왔는데, 직원분이 제 여권을 보시더니 어눌한 영어로
"Are you Korean?"
"Yes."
"North, or South?"
"South."
"North Korean?"
"No. I'm come from South Korea."
"North?"
"Sorry, I'm South Korean, you need to check."
"OK, thanks."
30초만의 대화로 멘탈이 박살났어요.
26년 인생에 당시 일본빼곤 북한의 ㅂ도 못가봤는데 갑자기 남한 여권인거 국가이름까지 써져있는데도
북한사람이냐고 2번이나 의심을 유럽에 들어오자마자 받는 건가. 이건 인종차별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화낼 틈도없이 버스를 타야해서, 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스웨덴 알란다행 비행기로 갈아탔습니다.
5시 25분. 세이브.
러시아 세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알란다까지는 비행기로 불과 2, 3시간거리기 때문에
분명 저는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한국에서 출발할때 스웨덴의 제 첫 룸 호스트에게
'알란다에 현지시간으로 8시경 도착할 것 같으니 5터미널로 8시 40분까지 와달라'고 요청은 해놓았지만
러시아의 기상이 아주 최악인 날이어서 아주 가는 날이 장날이고 날을 제대로 잡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5시 45분 비행기는 결국 악천후 때문에 비행기 이륙에 시야문제가 생겨서 6시 40분이 다되서야 이륙했어요.
네. 러시아 하늘에서 바라본 당일이네요. 6시 21분.
분명 오전 7시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벌써 하루 지났음.
심지어 스웨덴엔 도착도안함
그러나 저의 이런 상한 멘탈을
임시 기내식이 잠시 가라앉혀줬고, 잠시 잠을 들었다가
눈을 뜨니! 드! 디! 어!
오후 8시 7분
알란다 5터미널에 들어섰습니다.
비행 8시간만 (시차가 당시 8시간이었으므로 실제 비행은 16시간. 허리 나가는줄알았어요.)
스웨덴은 옛날 영국의 제국시대급 별명이었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이날 해가 언제 졌나고요?
2017년 4월 3일 월요일. Soluppgång (일출시간) 오전 6시 9분, Solnedgång (일몰시간) 19시 34분.
그게 그나마 4월 초였으니 이수준이었어요. 6, 7월 되면 밤 10시가 지나도 환합니다(..) 제가 있었을 작년의 스웨덴은 날씨가 심각하게 좋아서 8월 한여름에도 25도를 딱 하루 웃돌았고 그때의 일출과 일몰을 보시면
8월 4일. 일출 오전 4시 39분, 일몰 오후 9시 9분. 그러니까 자고 일어나도 낮같은 수준이고 그나마도 얘는 6월인 하지(미드서머) 시즌보다는 낫습니다. 그때는 해가 새벽 3시에 뜨거든요.
2017년 6월 22일. 하지일에는 오전 3시 28분에 해가 뜨고 밤 10시 14분에 해가 졌습니다.
이 날은 스웨덴에서 친구들과 놀러갔던 날인데 집에 오전 1시가 되서 들어왔는데 씻고 핸드폰보다보니
해가 이미 떠있었어요. 그정도로 스웨덴의 여름시절 해는 깁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미그레이션까지 통과하니 이미 오후 8시 45분.
문제는 짐이 나오지 않았어요. 내 짐님. 어디 계세요?
1시간 기다려서 오후 10시가 다됐는데도 안나오자 아에로 플로트에 유실물 신고를 하고 쥐뿔 아무것도없는데 호스트를 커피샵 앞에서 만나서 801번을 타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니 오후 11시 9분
진짜 가자마자 넉다운됐어요. 씻고 바로잤음.
가시밭길이 강제로 만든 바른청년생활이 이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1도 모르겠는 스웨덴 아저씨들의 대화 뒤에
겁나 건물이 예뻐보이는, Rådhuset (웁살라 시 의회 건물) 을 찍었습니다.
오전 11시의 한적한 스웨덴. 스웨덴은 아침일찍 일하고 오후 3-4시면 대부분 퇴근해서
자기시간을 갖기 시작하기때문에 오전 7시 - 8시가 지나면 이미 출근러시가 끝나있습니다.
(스톡홀름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여긴 스웨덴 제4의 도시로 12세기 이후 교육도시로 자리잡은 웁살라를 대표하는 강,
피리스 강(Fyrisflod) 입니다. 피리스강은 웁살라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랄까? 강변을 중심으로
Kungsträdgården (왕의 공원) 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공원과 웁살라 대학교가 있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웁살라 성(Uppsala Slott)가 있고요. 마침 이틀차라, 스웨덴의 거리도 체험해보고
주변에 뭐가 볼 게 유명한지 보면서 801번 버스를 타고 시간되면 공항에 가서 찾아야 했거든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의 문의 결과 전 날 너무 보딩을 늦게했고 러시아쪽에서도 인수를 늦게 받아서
아예 안오는줄 알고 안보냈다고하는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24시간이 지나고 나서 받으면 그걸 받았다고 해도 보상금을 받는데 24시간이 되기 전에 받았기 때문에 사과 빼곤 받을 수 있는게 없었어요.
17세기 이전까지 스톡홀름만큼 거대했던 웁살라는 스웨덴의 고문화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감라 웁살라(Gamla Uppsala)를 비롯해, 스웨덴이 어떻게 바이킹을 거쳐 기독교 문화를 받아들이고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도시 자체가 간직하고 있어요. 위의 사진은 웁살라 대학을 가다보면 있는
웁살라 중앙 대성당(Uppsala Domkyrka) 입니다. 웁살라 하면 대학교, 피리스강, 대성당. 3개를 떠올리곤 하죠.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웁살라 대학교 정문입니다. 저 앞은 왕의 도서관이라고 해서
카롤리나 레드비바(Carolina Redviva - Uppsala Biblioteket) 이라고 합니다.
중앙도서관은 다른 곳에 위치해있지만, 1176년 세워진 웁살라 대학의 전신이자 상징이고
문화 행사도 굉장히 자주 개최합니다. 100크로나에서 200크로나 정도면 참여도 가능하고요.
웁살라 대학교는 전체를 찍는게 불가능한게, 너무 넓어서 차로 타고 가도 10분 거리 내내 대학교가 나올정도로 부지 자체가 어마어마합니다. 저건 입구에 불과해요. 아쉽게도 개방시간이 아니었기에
들어갈수는 없었습니다. 4월의 추운날씨 치곤 피어있는 꽃봉오리가 인상적인게 포인트.
그 옆에는 생태학공원 (Botaniska Gården)이 있습니다. 4월 초에는 너무 춥고, 식물들이 아직 꽃피거나 살기 적합하지 않은 날씨기에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만 개방합니다. 나중에 들리실 일이 있다면 가보세요!
카롤리나 레드비바로 오는 길 옆에 웁살라 성 (Uppsala Slott)이 있습니다.
설명을 보자면, 저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스웨덴이 근대국가로 들어설 16세기 - 17세기 당시,
스웨덴을 근대국가 대열로 만든 것으로 유명한 구스타브 바사 (Gustav Vasa) 의 아들인 왕 에릭 14세가
1591년부터 1612년에 거쳐 만들었고, 왕의 위엄을 뽐내고자 했다네요. 에릭 14세 자체가 그리 좋은 왕으로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내용상으로는.
유럽의 모든 도시의 자랑은 역시 중앙역. 웁살라의 경우도 이민국 사무소를 빼고는 4대 식료품점과 커피샵은 물론이고 레스토랑, 옷가게까지 주변에 모두 밀집되어있고 이곳이 바로 인구 17만의 발이 되는 중심지,
Uppsala Central Station 입니다. 새벽에 찍었던 사진이 하나 더 있어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수 있는데,
바로 이사진입니다. 올해 3월 스웨덴에서의 마지막 여행때 찍었던 사진이네요.
저렇게 돌아보고 난 이후, 오후 6시 공항으로 가서 서쪽 끝으로 배달된 짐을 받고,
오후 9시 5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때우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감라 웁살라(4/5)를 갔던 이야기와,
맨체스터 1박 2일 여행기(4/6-4/8),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겪은,
첫 테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다음포스팅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