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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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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랑 Jan 27. 2020

마들렌


마음이 헛헛해 마들렌을 구웠다. 한동안 오븐은 꼴도 보기 싫었는데. 무언가 홀린 듯이 순식간에 반죽하고 구워냈다.


얼마 전, 맛있는 마들렌을 만드려 기를 쓰고 반죽하고 구운 것이 엉망이 되었다. 망한 마카롱 대회에 출품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양새였다. 마들렌 따위를 실패하다니 자존심도 상했다. 사실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마음을 담아 만든 것이라 더 우울했다.


방금 만든 마들렌은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것이 꽤나 맛있게 나오니 기분이 묘하다.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서 힘들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 이루지 못한 것들과 잘못 이룬 것들이 마음에 끊임없이 생채기를 낸다. 오늘 만든 마들렌처럼 생각 없이 편하게 살다 보면 그럴듯한 인생이 만들어지는 걸까.


식힘망에 놓인 마들렌이 흩뜨리는 고소한 버터향에 기분이 다소 편안해진다. 내일 아침에 홍차랑 같이 먹어야지. 얼그레이가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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