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in 유럽
제주에서의 워케이션을 무사히 마쳤다. 3개월동안 수업은 아무 문제없이 잘 흘러갔고 여행을 병행하며 오히려 수업에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걸 알수 있었다. 워밍업도 끝났겠다 이제는 정말 꿈꾸던 해외 워케이션을 도전해 볼 차례. 남편과 나는 세계 지도를 펴놓고 다음 여정을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5대양 6대주 무수한 국가들 중 다음 항목들에 따라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다. 첫째, 인터넷 환경. 아무리 살기 좋고 멋진 지역이라도 와이파이가 먹통이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줌 수업이 원활하지 못하면 여행기간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일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미리 가서 살아볼수도 없고 어떻게 확인을 하나 고민하던 중 희소식을 접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워케이션 수요가 급증했고 그에 따라 에어비앤비 숙소들이 대거 와이파이 정비를 했다는거다. 정말 오지가 아니고서야 왠만한 에어비앤비 숙소들에서 넷플릭스 시청이 가능하다는 평들을 읽으며 국가 자체에 대한 고민은 접게 되었다.
그렇다면 둘째로 물가. 마음이야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도 보고 싶고 뉴욕에서 베이글도 먹고 싶고 스위스에서 스키도 타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나라에서 세달을 거주하려면 숙박비만 수천만원이 들어갈게 뻔했다. 장기 워케이션에 적합한 국가들을 추릴 필요가 있었다.
셋째, 시차 또한 중요한 요소였다. 간 김에 영어도 공부하고 자연환경도 누리고 싶어 캐나다를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와 낮밤이 정반대였다. 아이들 수업은 주로 오후 3시~9시에 이루어 지는데 그렇다면 그곳에서 나는 새벽 3시~9시에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도무지 답이 안나오는 시간대였다. 그 외 마지막으로 치안과 기후 등이 고려되었다. 수업 전후로 쪼개가며 동네를 누비고 여행을 다녀야 하니 이동이 자유로워야 했다. 치안이 안좋아 무조건 차로 이동해야한다거나 너무 덥거나 추워서 걷기 힘든 국가들은 리스트에서 뺐다.
어마무시한 조건들을 뚫고 드디어 선택된 곳은........바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 두 나라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때를 기억하니 위의 조건에 딱 부합했다. 음식 맛있고 사람들은 친절했으며 온화한 날씨에 물가는 저렴했다. 9시간 시차가 나긴 하지만 다행히 앞으로 당겨지는거라 오전 6시쯤 수업을 시작해 점심때 전에 마칠 수 있었다. 여기저기 쏘다니기에 오히려 좋은 시간대였다. 사실 여행을 다녀오고 이 좋은 데를 혼자만 보고온게 미안해 남편 휴가에 맞춰 티켓을 또 끊었더랬다. 그러다 덜컥 코로나가 터지며 전면 취소가 되었지만.
그립던 그곳을 나는 5년만에 다시 만날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귀가 닳게 들었던 지구 반대편 그 멋진 곳에서 남편은 드디어 살아볼 수 있게 되었고. 우리 부부의 설레는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