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in 스페인
바르셀로나 서쪽 몬주익 지구를 돌아보았다. 화려하고 멋진 건물, 박물관, 쇼핑거리 등 하루종일 사람들로 붐비는 동부와는 달리 한적하고 평화로운 쉼터같은 곳이었다. 언덕 중반까지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타고 전망대까지 10분정도 걸어올라갔다. 스페인에서는 잘 볼수 없는 소나무들이 언덕길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솔향을 깊이 마시며 올라가는데 나무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숲의 나무들은 바짝 마르고 심지어 노랗게 죽어가고 있었다. 옆의 분수는 물이 없어 거대한 분수대만 황량하게 서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상징이자 연간 250만명이 찾는다는 몬주익 분수 역시 가뭄으로 공연을 무기한 정지했다. 모든게 가뭄 탓이었다.
스페인의 가뭄은 한두 해 특별히 나타난 현상이 아닌 것 같다. 스페인의 일상을 다룬 10년전 방송프로그램에서도 가뭄때문에 정해진 시기에만 밭에 물을 줄수 있다는 인터뷰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몇년 전 블로그들을 읽다 보면 “가뭄때문에…”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스페인의 가뭄은 이미 일상이 되어있었고 토양은 점점 바싹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지나던 들판이 황량한 흙빛인 곳이 많았고 숲을 이루고 있는 곳 역시 건조한 흙먼지가 풀풀 일었다. 이러다 10년, 20년 후 다시 스페인을 찾으면 사막화가 되어 있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배달 음식 한끼만 먹어도 일회용 그릇이 수북히 쌓인다. 행주, 걸레보다는 물티슈가 쓰기 편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버리는 옷들이 한짐이다. 이런 것들이 환경에 안좋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죽어가는 소나무들을 눈앞에 보고 분명 숲인데 바짝마른 흙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길을 걸으며 이제는 몸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흙먼지 너머 도로가에 빨간 시티투어 버스가 지나간다. 행복한 얼굴의 관광객들이 가득 타 있다. 이 멋진 스페인이 더는 이 멋진 모습을 보여줄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을까. 이제야 나도 알았으니 이 글을 보고 누군가 또 알 수 있게 되길, 작은 변화들이 이 멋진 도시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