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 Jul 02. 2024

가우디의 집을 집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디지털 노마드 in 스페인


가우디의 여운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오전에 수업을 마치고 쇼핑을 하러 찾아간 그라시아 거리에서 우리는 수시로 가우디의 작품들을 찾아갔다.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 어쩜 이름도 외웠네.


단순하게 말하면 그저 집에 불과 하지만 글쎄, 이것들을 과연 집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집들과 이 두 작품은 정의 자체가 달라야 할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분명하니까.



가우디의 작품들은 집을 하나의 완전체로 만들었다. 마치 자연 속 파라다이스의 축소판 같다. 빛의 화려함, 곡선의 편안함, 색의 아름다움이 집이라는 구조물 안에 온전히 펼쳐져 있다.‘집’의 경계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과는 완전히 떨어진, 나만의 혹은 우리 가족만의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다. 그랬다. 가우디는 완벽한 이상주의자였던 거다.



우리는 카사 밀라 1층 한 귀퉁이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서는 카사밀라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카페 안쪽, 집안이 보이는 창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카사밀라 중정에 비치는 햇살들이 스테인글래스를 통과하며 시시때때로 그 모습을 달리했다. 커피와 맥주, 그리고 쵸콜릿 하트파이 한조각. 가우디의 작품을 감상하며 눈도 입도 세상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시간 남짓 그 작은 공간만을 차지했을 뿐인데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니. 부드럽게 굽이치는 벽들과 천장, 꽈배기처럼 말린 철제 난간을 따라 동그랗게 말려 올라가는 계단, 바닷속으로 들어가듯 널따랗게 이어진 차고 진입로, 회오리치듯 올라가는 벽을 따라 빼곡히 채워진 형형색핵 조각들… 동화속 집들도 이보다 더 즐겁고 아늑할 수 있을까?


천국과 가장 가까운 집을 오늘 나는 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몬주익 분수가 멈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