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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6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아타카마)

물이 사라진 땅.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일어나니 온몸이 떨린다. 어제 침낭에 핫팩까지 썼지만 외풍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굳은 몸을 풀며 얼른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오늘 일정은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온천지대로 간 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실제로 온천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탈의실이랑 간이 샤워실도 다 갖춰져 있다. 정말 노천탕 그 자체다. 온천수가 그냥 고여있고 그곳에 들어가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지프는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길을 나선다.

동이 터오를 무렵 도착한 온천지역. 만년설 사이로 온천수가 호수를 이루고 있다. 따뜻한 수와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내는 뿌연 안개가 온 세상을 덮는다. 근처에 갔을 뿐인데도 얼었던 몸이 녹는다. 노천탕 주변으로 이 추위에도 풀들이 많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다. 최종 목적지인 칠레와 볼리비아의 국경지대. 만년설 위에는 수많은 차들이 서있고 국경을 알리는 표지판 옆에 조그마한 입국관리소만이 이곳이 국경임을 알려준다. 칠레로 들어갈 때는 비자가 필요하므로 출발 전 준비해둔 돈과 여권을 들고 출입국관리소로 이동한다.

수속 자체는 매우 금방 끝난다. 입국 수속을 밟고 나오니 가이드는 아침식사를 준비 중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국경에서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식사를 한다. 아침이라 해봐야 비스킷과 빵, 잼 그리고 각종 음료와 따뜻한 차나 커피가 전부이지만 만년설에서 먹는 음식은 새롭다.

아침을 먹고 잠시 기다렸을까. 여행사들과 이미 이야기가 된 듯 칠레 쪽에서 버스들이 올라온다. 가이드는 우리를 그중 한 버스로 안내를 한다.

버스를 타고 잠시 내려가니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분명 볼리비아 쪽에서 올 때는 오프로드에 가까운 비포장길을 달려왔는데 국경을 지나자마자 왕복 4차선의 아스팔트 길로 바뀌어있다. 이게 국력의 차이구나 란게 느껴진다.

30분 정도를 달리면 아타카마에 도착한다. 우선 짐 검사를 먼저 하고 아타카마 내로 들어가게 되는데 칼라마 공항과는 달리 엑스레이로 한번 찍어보고 큰 문제가 없다면 바로바로 통과해서 버스 전체가 검사를 받는데 30분도 안 걸렸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아타카마 버스정거장까지 이동을 한다.

아타카마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로 대부분의 도심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우선 버스정거장에서 여행사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오늘 오후에 참여할 달의 계곡 투어를 신청한다. 그 뒤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는 아타카마 외각에 있어 택시를 타고 간다.


체크인 후 일단 샤워부터 했다. 아침에 제대로 씻지를 못했더니 매우 개운하다. 그런데 방에 드라이기가 없다? 그래서 숙소 주인에게 문의하니 명언을 날려주신다.

"우린 드라이기 없어요. 이곳은 아타카마니까요."

그렇다. 습도 0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인 아타카마인 것이다. 실제로 머리가 10분도 안 지났는데 바짝 말랐다.

건조한 만큼 그늘은 매우 시원하다. 일행들이 모두 씻고 나오 점심을 먹으러 도심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시킨 건 피자와 아사도. 양이 너무 많다... 그래도 다 먹었다. 확실히 짜긴 했지만 볼리비아나 페루에 비하면 양반이다.

이제 투어를 떠날 시간이다.

아타카마 사막은 재밌는 일화가 많은 곳이다.

과거 바다였던 만큼 수많은 소금들로 가득하다. 바닥에 저 하얀 것들이 전부 소금이다. 덕분에 소금광산이 꽤 많다.

또한 질산염과 구리가 풍부해서 1차 세계대전 당시 광산도시가 매우 성업했다고 한다. 아직도 곳곳에 광산마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그래서 입이 잘 트고 목도 매우 마르니 꼭 탈수에 주의하도록 하자. 실제로 물 2리터를 1시간 만에 다 마셨다... 하도 입이 터서 볼리비아에서 샀던 바셀린을 어찌나 열심히 발랐던지.

질산 광산 근처에는 이렇게 성모상도 있다. 당시 광부들은 의지할 대상이 필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막투어를 끝내고 달의 계곡으로 향한다. 중간에 이런 수직동굴을 들렀다간다. 매우 아찔하다.

드디어 찾은 달의 계곡.

매우 멋있다. 이곳은 일몰이 유명한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우유니에서부터 같이 왔던 치아고가 말을 걸어온다. 브라질 출신인 이 친구는 1박 2일 동안 꽤나 친해졌다. 그렇게 단체사진을 남기고 다음에 또 보기를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한다.  

투어를 마치고 나니 숙소 주인이 우리를 데리러 온단다!

이렇게 친절할 데가. 우리는 주인이 오기 전까지 시장 구경을 한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전통적인 물건이 많다. 같이 온 일행은 악기에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까 로비에서 봤던 망원경에 대해 물어봤다. 놀랍게도 이분이 별 투어를 진행하신단다. 참여해보고 싶냐기에 당연히 한다고 했다.

집에 도착한 뒤 휴식을 취하는 중에 집주인이 우리를 부른다. 벌써 집 앞에는 버스가 와있고 사람들이 차와 다과 그리고 망원경을 싣고 있다. 기대가 된다.

다른 호텔에도 들러 사람들을 더 싣고 아주 어두운 곳으로 간다. 별이 쏟아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처음 느꼈다. 아직 달이 뜨기 전이라 별은 더 아름답게 빛이 난다.

가이드(집주인아저씨)는 자신이 과거 천문대에서 일했던 천문학자라고 소개를 하신다. 그리고 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 남반구의 별은 확실히 달랐다. 알파카의 눈 이야기와 남십자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타카마에 간다면 별 투어는 꼭 해보도록 하자. 그 외에도 많은 투어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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