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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항석 Dec 12. 2020

기다림,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나요?

급함, 빨리빨리, 빠른 포기, 단기투자

기다림... 너무나 이 시대에 안 맞는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을 30분 이상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규정속도에 맞춰 달리는 차에게 빨리 가자고 빵빵 경적을 울린다. 배달은 신속배달이어야 한다. 택배도 주문 후 당일배송이 되는 시대다. 인터넷도 빨라야 한다. 페이지가 빨리 열리지 않으면 닫아버린다. 광고가 너무 길면 채널을 돌린다. 주식투자도 단타로 돈 벌었다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빠름을 추구하는 세상에 깊이 물들어있다. 


어느 순간 느림과 기다림은 사치요, 멍청한 짓이 되는 것 같다. 


스타트업의 성공 시나리오도 빠르게 크는 것이다. 

돈도 빨리 내 수중에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서 뭐라 하거나 나 자신이 눈치를 본다.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아직도 나는 수험생이요, 아직도 나는 취업준비생이요, 아직도 나는 돈 없는 창업가요, 아직도 나는 결혼 못한 노총각 노처녀요...

당사자는 그 상태에 머무르고 싶어서 그러고 있을까? 


제일 힘든 건 당사자인데... 주변에서 한심하다, 답답하다, 뭐 하는 거냐, 그럴 거면 포기해라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 당사자 심정은 어떨까?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마다 제각각의 속도와 타이밍이 있는 거라면서, 

내 삶은 내가 책임지는 거라는데


많은 사람이 성급함을 타인에게 요구한다.  

왜 책임지지도 않을 사람들이 함부로 느림을 비판하는 걸까?


얼마 전 나는 토끼와 거북이 사례로 하브루타 교육을 했다.

(하브루타란 유대인의 토론식 교육법을 말한다) 

거북이가 생각난다. 태생이 느리게 태어난 동물이다.

6년 산 홍삼이 생각난다. 어떤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린다. 

무명의 가수로 지내다가 스타 가수가 된 여러 사례가 생각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혜민스님의 책이 생각난다.(책 제목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음악의 쉼표가 생각난다. 

운동선수가 경기에서 잘 뛰기 위해 휴식을 잘 취해야 하는 것이 생각난다. 

묵은 김치가 생각난다.


우리는 분명 느림과 쉼과 기다림이 필요하고, 있어야 하고, 있을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 

상대적으로 느린 타인에게, 기대치에 못 미치는 타인에게 안 좋게 뭐라고 한다.

자기 자신이나 잘 돌보면 좋지 않을까? 

아니면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무언가 도와주는 게 좋지 않을까?

고생이 많다고 지지와 격려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당신도 조금은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빨리 가면 빨리 죽는다는 말도 있다. 

세포가 빠르게 분열하면 암이 된다. 

쉼 없이 달려가면 우리의 정신은 피폐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빠르게 행동하고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이중적이며 균형을 요구하듯이 


나는 기다림과 쉼과 느림의 가치, 중요성, 미학을 상기시키고 싶다. 


빨리 달리면 금방 지친다. 

인생은 마라톤이라 생각한다면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달리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빨리 가지 마라. 아무 생각 없이.

조급해하지 마라. 기다림 없이.

나무라지 마라. 피해가 가거나 책임질 것이 아니면.


자연을 닮자.

자연스럽게 가자. 

기다릴 줄도 알자.


그게 지속가능이며, 그게 행복이며, 그게 지혜이며 그게 평온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재촉을 하거나 포기를 권한다면 이렇게 하자. 

가사처럼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자.'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내가 선택한다. 

기다림도, 포기도 내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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