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경험에서 우러나온 명언
우리 둘째는 어릴 때부터 분유나 이유식을 거부한 적이 없고, 김치의 신맛 정도를 구별할 수 있으며 맛있는 것은 한번 더 먹는 가족피셜 맛잘알 신동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콜릿… 17개월 차이 나는 언니 덕분에 돌이 되기 전에 초콜릿의 단맛을 맛봤다. 주력은 한식. 외국 여행을 가도 즉석밥을 챙겨가야 하고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100% 한식 파다. 만 4년의 인생 x하루 3끼를 통해 찐으로 우러나온 명언을 정리했다. 음식에 진심인 여러분 공감하시는지요?
1. “고기는 너무 예쁘게 생긴 것보다 조금 징그러운 것이 더 맛있다”
최근 입맛이 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고기를 듬뿍 넣은 갈비탕을 끓였다. 뼈에 붙은 살코기를 열심히 뜯어먹던 둘째가 알아낸 큰 비밀을 하나 선심 쓰듯 말했다. 너무 갈색으로만 예쁘게 생긴 고기는 질기고 삼키기가 어렵고, 약간 흰색이 섞여 징그러운 고기는 부드럽고 삼키기 쉽다는 것.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고기를 들고 진지하게 말하는 표정이 웃기다.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원샷한 후에 덧붙인다. 하지만 그건 국물에 있는 고기에만 해당하는 말이라고.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갈비탕을 먹으며 깨달은 아이다.
2. “초콜릿 무슨 색 먹을지 고민하지 마라. 어차피 초콜릿은 모두 브라운 색이다 “
아이를 키워본 혹은 지켜본 사람은 안다. 아이들이 얼마나 색깔에 민감한지. 한참 중증 공주병을 앓고 있는 우리 두 딸은 핑크와 보라를 사랑한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핑크나 보라에 집착한다 무엇을 사든 색깔부터 말하는 정도. 그러나 우리 둘째는 먹는 것에서 만큼은 색깔보다 양과 질에 집중할 줄 안다. 동네 이모가 핑크와 블루 포장지로 싸인 키세스 초콜릿을 한 움큼 줬는데 핑크만 먹겠다는 언니에게 둘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초콜릿은 어차피 브라운 색이라고. 둘째는 언니에게 핑크를 양보하는 대신 더 많은 초콜릿을 먹기로 합의했다. 똑똑하다.
3. “조금씩 먹지 마라. 입 안에 가득 넣고 먹어야 맛있다”(feat mnm초콜릿)
엠엔엠은 우리 둘째의 최애 초콜릿이다. 포장지를 살짝 뜯어 초콜릿이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게 구멍을 만들고 손바닥 위에 가득 쏟아붓는다. 그리고 손바닥을 모았다가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입 안에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다가 꿀꺽. 세상 젤 행복한 표정이 된다. 초콜릿을 하나씩 집어먹는 자, 하수다.
4. “피자나 파스타를 한번 먹으면 그다음은 김치나 된장찌개를 먹어야 한다 “
언급했듯이 우리 둘째는 김치와 된장의 맛을 즐길 줄 아는 한국인이다. 다만 엄마가 한식 요리에 서툴고 밥 하기 싫을 때마다 외식을 주저하지 않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만만한 파스타나 피자를 자주 먹는 편이다. 그러나 맛잘알 둘째의 사전에 서양음식을 이틀 연속 혹은 두 끼 연속 먹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느끼한 걸 먹었으면 그 담엔 개운한 김치나 얼큰한 국물 한 번 먹어줘야지. 그게 한국인의 국룰 아닌가. 만 4세의 확고한 입맛 지론에 나는 오늘도 가스 불 앞에서 국물을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