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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May 07. 2024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비 오는 5월,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이충주 x고우림의 노래를 들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우우,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우우우우우, 찬 바람에 길을 얼어붙고

우우우우우,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내겐 잘못이 없다고 했잖아

나는 좋은 사람이라 했잖아

상처까지 안아준다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나는 오랜 시간 5살 때 돌아가신, 지구상에서 다시 만나지 못할 엄마를 기다렸던 것 같다.

대학교 때 등교버스에서 '엄마'관련된 노래가 나오자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엄마'를 몰랐다. 엄마를 느낄 새가 없었다. 가족을 통해서 듣기만 했던 엄마, 오랜만에 병실에서 만난 엄마에게 낯을 드러내기 쑥스러워 가사 일을 돌봐주던 누나 등에 얼굴을 파묻었던 장면만 떠오를 뿐이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암투병을 하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녀로 시집온 새엄마는 삼형제의 막내인 내게 자주, 밥상에서 말하셨다. 

"너 같은 애는 처음 보겠다." 싸늘한 새엄마의 말에 나는 하얗게 얼어버렸다.


 새엄마는 우리 삼형제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했다. 새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새엄마의 친척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자살충동이 심했던 삼십 대 초반, 이러다간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최면치료로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때 돌아가신 엄마를 상담 중에 만났다. 엄마는 막내아들이었던 내가 밥을 먹지 않자 입원 전 아픈 몸으로 찬 물에 만 밥을 숟가락에 담아 내 입에 넣어주려고 하셨다.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였다. 그토록 기다렸던 엄마. 엄마는 내겐 잘못이 없다고 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 큰 아들이 사춘기 때, 나는 하나님께 물었다. 

"텅 빈 거실에 커튼을 치고 엄마의 영정사진 앞에서 수없이 절하던 어린아이를 왜 혼자 두셨어요?"

"다 안다..."

 하나님은 내게 답해주셨다. 예배당의 사람들이 볼까 소리 죽여 울고 또 울었다. 


 새엄마도 울고 또 울었을 것 같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육체로 태어남에, 새엄마 아버지의 외도에, 남편의 전처에 대한 사랑에, 전처의 세 아들로부터 받은 무관심으로...


 어른이 된 내가 울고 있던 어린 나를 찾아 안아주었던 것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얼어붙어 있는 아이들을 안아주려 한다. 

 이 마음이 시간이 지나도 거짓말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란다.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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