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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May 15. 2024

카페 나들이

 비 오는 2024년 5월 15일, 온 가족 카페에서 함께

 황금 같은 휴일, 무엇을 할까?

가족 카톡방에서 투표를 했다. 바다, 등산, 공원, 서울투어, 방구석.... 투표로는 바다가 나왔으나 큰 아들의 일정을 고려하여 용인시 고기리에 새로 생긴 카페 나들이로 결정했다. 노트북과 태블릿, 이어폰과 헤드폰, 책과 공책, 그리고 비 예보에 우산 두 개까지 준비하여 출발했다. 차로 30분 정도 달리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카페를 중심으로 주차장이 3개나 있었지만 모두 만차였다. 우리 가족처럼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온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문을 닫은 부동산 입구에 차를 대고 카페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지하에서 2층까지 만석, 실외는 드물게 자리가 있었지만 우리의 옷차림으로는 추울 것 같았다. 우리는 각자 사냥꾼의 눈빛으로 빈자리를 찾았다. 한 테이블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일어나자마자 냉큼 달려가 자리를 잡았다. 앱으로 사이렌 오더를 하려고 했더니 모든 음료에 'SOD OUT'이 떴다. 직접 주문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길게 늘어 선 줄에서 큰 아들이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두 아들은 학교 과제를, 아내와 나는 책을 꺼냈다. 음악소리가 컸고, 의자도 편하지 않았지만 각 자가 생각한 분량을 마칠 즈음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창 밖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일기예보대로 14시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도 모든 문명의 기기들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큰 아들은 군생활 중 듣고 있는 사이버강의에 대해, 작은 아들은 교회 대학부 선배들에게 줄 선물에 대해, 아내는 카페 근처 맛집에 대해, 나는 새로 생긴 대형카페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즘 대학원에서 실습하고 있는 집단상담에서 필요한 집단원들에게 고르게 분배해야 하는 시간, 주제애 대한 포커싱, 집단역동 등에 마음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물 흐르듯이 이야기하였다. 

 빗소리가 점점 커졌다. 작은 아들이 추천한 막국수 집에 전화를 하니 대기시간이 1시간 30분이라고 했다. 6년 전 작은 아들 친구 가족과 식사를 했던 털래기 수제비 집을 검색했더니 걸어서 5분 거리였다. 


 비가 오는 길에 차들이 얽혀 있었다. 주민들의 불편이 느껴졌다. 차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대형카페의 오픈은 반갑지 않을 것 같았다. 조심스레 걸어 음식점에 도착했다. 수제비와 보리밥을 주문했다. 맛있었고 가격은 겸손했다. 인도와 차도가 정비되지 않은 길. 올라오는 차량, 내려가는 차량들 사이를 아슬아슬 걸었다. 걷는 게 빨랐다. 큰 아들을 지하철에 내려주었다.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나올 텐데 비에 젖은 옷을 입고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감기 들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오늘 셀카로 찍은 사진을 핸드폰에서 보정을 했다. 

사진의 제목은, '비 오는 2024년 5월 15일, 온 가족 카페에서 함께'


 오늘이여, 안녕!

행복했다. 감사했다. 

내일 다시 마주할 오늘이여, 고마워!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비 오는 2024년 5월 15일, 온 가족 카페에서 함께 비 오는 2024년 5월 15일, 온 가족 카페에서 함께 비 오는 2024년 5월 15일, 온 가족 카페에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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