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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Jun 04. 2024

괜찮아. 네가 모든 걸 책임질 순 없어

 

 상담대학원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일이 터진다. 

학생이 담임교사를 때리고 침을 뱉어 학생을 교장실에 분리조치시켰다. 관리자는 학생의 엄마, 아빠 모두를 모셔와서 대책마련을 간구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담임교사는 관리자를 포함해 여러 교사가 함께 하는 대책마련의 자리가 학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학부모와 연락하지 않았다.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학생이라 생각했지만 담임교사의 생각도 이해가 되었다.  여러 차례 담임교사와 대화 끝에 학부모와 연락을 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관리자는 대책회의를 주관하는 부장교사에게 담임교사가 취하고 있는 행동을 포함하여 분리조치 이후의 과정을 기안으로 올리라고 했다. 관리자와 담임교사의 관계가 적대적인 상황이 오래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장교사는 난색을 표했다. 나는 여러 교사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나 또한 마음이 힘들어졌다. 나는 학생을 지역사회 전문기관과 연계하기로 했기에 학부모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담임교사의 동의 없이 학부모와 직접 연락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기에 직접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오늘 아침, 브런치에 정문정작가의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란 란 신간에 대한 알림이 떴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왔다. 관리자와 교사들과 각각 대화를 나누다 그들의 분노, 난처함, 황당함 등의 감정을 알아차리면서 그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책 제목을 빌리자면 나는 다정한 사람이고 싶지만 만만한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불안한 감정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오늘 저녁, 상담대학원 '가족상담' 과목 시험이 있다. 외우고 있는 개념 중에 '자아분화'가 있다. 가족을 하나의 체계로 보고 체계 안에서 개인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보웬의 다세대 가족상담의 주요 개념이다. 

 '정서적인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불안에 의해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되어 유연하고 현명하게 사고하고 반영(reflection)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아분화가 잘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자아분화'의 또 다른 정의로는 

 '개인이 원가족의 정서적 융합에서 벗어나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과정으로 정신내적 측면과 대인관계 측면으로 구분한다. 정신내적 측면은 사고와 감정의 분리능력을 뜻하고, 대인관계 측면은 나와 타인의 구분 능력을 뜻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문정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자아분화의 높은 수준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나와 남을 구분하고, 사고와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 책의 5장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이 내용을 오늘 내 행동에 참고하려니 기분이 좋아진다. 

 1.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

 2.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화하는 것

 3. 상대가 사용한 부적절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들려주는 것

 4. 무성의하게 반응하는 것

 5. 유머러스하게 대답하는 것..


  이제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지금 여기에서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리고 내 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네가 모든 걸 책임질 수 없어. "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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