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전, 큰 아들이 훈련소로 간 후 훈련소 카톡에 초대받았다. 초대받은 부모들 중에 대학동창과 같은 이름이 있었다. 동명이인이겠지 했는데 전화가 왔다. 대학과 동기였다. 대학 졸업 후 가끔 단체로 만나긴 했지만 둘이 따로 연락을 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반가웠다. 친구는 둘째 아들이 입대한 거였다. 친구와 나는 아들만 둘이었다. 게다가 친구의 큰 아들은 우리 아들과 대학 동문이란다. 아들들이 훈련소를 나오는 날 만나기로 했다. 훈련소에서 두 가족이 만나 인사를 했다. 조만간 만나서 밥 먹자고 했었는데 결국 아들들은 제대를 했다. 아들들이 제대하고 며칠이 지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아들처럼 친구 아들도 많이 잔단다. 제대 후 군기가 남아있다는 옛 이야기하고는 상관없는 아들들이었다. 이번에는 10월 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친구는 은행에서 구조 조정 후 실업급여를 받고 있고.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막 제대한 아들에게 용돈은 알바로 해결하라고 했단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아직 말하지 못했다.
친구와 통화한 날 저녁, 아내 학교에서 장애학생을 돕는 일손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자격조건이 없다고 했다. 우리 큰 아들이 하면 좋겠지만 그 학교 규정상 친인척은 안된단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 알바 구했니? 성숙해지는 알바 어때?" 장애의 정도가 심한 학생을 도와야 하는 상황임을 알려줬다. 친구는 아들에게 물어본다고 했다. 그날 저녁 카톡이 왔다.
"아들이 알바한다네"
필요한 서류를 학교로 제출한 친구 아들은 다음 날 교육을 받고 즉시 현장에 투입되었다. 우리 아들의 말로는 친구아들은 귀염귀염하다고 했다. 훈련소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90kg이 넘는 우리 아들 옆에 있는 친구 아들이 왜소해 보였다. 일하다 다치는 건 아닌지, 큰 남학생들 기저귀도 갈아야 할 텐데... 살짝 걱정이 되었다. 친구 아들이 출근한 첫날, 아내의 말로는 친구 아들이 살짝 긴장한 듯했지만 잘 지낸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열흘정도 남았는데 부디 친구 아들이 안전하게 알바를 끝내길, 장애인과 생활을 처음 하는 친구 아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큰 아들이 이번 주말에는 훈련소 동기들을 만난다고 한다. 그 자리에 친구 아들도 있을 텐데. 서로 이야기할 것이 많을 것 같다. 큰 아들은 장애인 예배부서를 섬기는 엄마, 아빠와 함께 교회를 다니면서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지난여름에 교회에서 간 장애인 예배부서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막내와 함께 왔다. 두 아이 모두 각각 아이를 담당했는데 각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도움을 주었다. 고맙고 뿌듯했다. 아내 학교 규정만 아니면 큰 아들도 잘할 텐데. 우리 아들도 알바를 하면 좋겠는데...
잔소리는 하지 말자.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늦잠 잘 수도 있고, 알바는 급하지 않은가 보지.
아들들에 이어 아빠들이 곧 만난다.
친구야, 술을 함께 마시지 않더라도 섭섭해하지 않길. 대신 내가 살게^^
용돈은 못 주더라도 등록금은 어떻게든 줄 거라는 친구야, 아들들 졸업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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