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은 그의 그림
크리스토퍼 로스코의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마크 로스코의 예술 세계와 감정적 깊이를 탐구한 책으로, 읽는 내내 그의 작품이 지닌 강렬한 감정의 힘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중 하나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라는 말이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색면을 나열한 추상화가 아닌,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세계를 담아내는 일종의 감정적 우주였다.
로스코의 작품을 두고 "영혼의 창"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는 그의 색면이 감상자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라는 뜻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나서 내면을 반추하게 만드는 그 감정적 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가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복합적인 감정들을 경험하게 만드는 일종의 통로다. 그 결과, 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마치 스탕달 신드롬과 같이 강렬하고도 묘한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예술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과 소통하길 원했다. 그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깊이 있는 감정적 소통을 추구했다. 그래서 그는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경험한 것과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그림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슬픔이 아닌, 감동의 표현이자, 그가 전하고자 한 감정과의 깊은 교감의 결과다.
특히 그의 색면 추상화는 사람을 빨려 들게 만드는 듯한 감정을 자아낸다. 각각의 색은 다양한 감정을 상징하며, 마치 그 색을 통해 감상자의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로스코의 색채는 기쁨과 슬픔, 고요함과 불안을 동시에 담아내며, 관객은 그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적 교감은 로스코의 작품을 경험할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그는 그 순간의 감정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인간의 감정까지 작품에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책에서 아버지의 예술 세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감상자와의 교감을 깊이 있게 설명한다. 그는 관객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눈물은 일종의 감동의 표현이며, 그림과 교감하면서 내면의 감정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을 나타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다시금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특정 시기의 예술이 아닌, 모든 시대와 사람들에게 소통 가능한 현대적이고 영원한 감정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책 속에서 인용된 말처럼, “사회는 계속 변화하지만 인간 존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 말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감정적 울림을 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로스코의 작품은 관객에게 매번 새로운 영감을 준다. 그의 그림을 감상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고정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을 담아냈다. 이는 마치 하나의 우주처럼, 로스코의 작품이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삶을 다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말한 ‘우주’라는 표현이 더욱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마크 로스코의 삶을 기록한 전기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려 했는지를 탐구한 심리학적 접근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작품을 마주하며 내 감정을 다시금 성찰하게 되는 경험을 하였다. 추상 표현주의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 사조가, 로스코의 예술 세계를 통해서는 매우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의 반향으로 다가왔다.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나에게 단순한 예술 책을 넘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사랑하고 그의 작품 앞에서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과 감정적 교감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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