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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Oct 28. 2024

<공연>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경이로웠던 경험의 총 집합체

서울에서 열린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 *투란도트’*는 한국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정수를 선사하며 예술의 경계를 넓혀준 특별한 시간이었다. 생애 첫 오페라 공연으로 투란도트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행운이라 느껴졌고, 덕분에 오페라는 ‘어렵다’는 생각이 얼마나 편견에 불과한지 깨달았다.

오페라는 진정한 종합 예술이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며, 음악과 무대, 조명과 연기의 조화 속에서 온몸이 전율하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앞으로도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감격스러운 오페라였다.


웅장하고 세밀하게 연출된 무대

투란도트의 이번 서울 공연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대규모 무대와 세트, 그리고 그 정교한 디자인이었다.

2막에서 북경의 궁궐 누각이 서서히 등장할 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려 50m 너비와 20m 높이에 이르는 대규모의 세트를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체조경기장 전체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웅잠함이었다.

왕실의 화려함과 세밀함을 잘 표현해 냈다. 이 무대는 로, 무대 의상과 미술 장식 하나하나까지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성악가들과 합창단, 연기자와 무용수 등 약 500명의 출연진이 등장하여 춤과 노래, 곡예를 펼쳤는데, 관객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했다. 특히 군중을 연기하는 출연진들이 무대 곳곳을 가득 메우며 압도감을 배가시켰다.


환상적인 오케스트라 연주

이번 투란도트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동의 요소는 바로 오케스트라였다. 오케스트라는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관객을 북경의 궁정으로 데려갔고, 서사적 긴장감을 한층 더 극대화했다. 특히 투란도트 공주가 등장할 때 오케스트라가 내는 날카로우면서도 웅장한 선율은 그녀의 차가운 성격과 무자비함을 잘 표현해 주었고, 궁중의 긴장감과 공포를 더욱 실감 나게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의 장면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그의 감정에 완벽히 동화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마지막 고조되는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파트가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는 객석을 가득 채웠고, 마치 오페라가 아닌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음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무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청각과 시각의 경계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한 순간들이 많았다.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투란도트 하면 떠오르는 대표 아리아,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는 이번 공연의 절정이었다. 이 아리아는 투란도트 공주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확신한 칼라프가 자신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공주를 상상하며 부르는 곡으로, 힘 있는 선율과 감동적인 가사로 유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p81kCWHE-QU

특히 공연의 클라이맥스에서 칼라프가 이 곡을 부를 때, 그의 목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울려 퍼지며 관객의 심장을 울렸고, 자연스럽게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 순간은 오페라의 진가와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고, 오페라가 얼마나 감정의 깊이를 선사할 수 있는 예술인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흥행과 비용에 대한 고찰

이번 공연은 대형 오페라 공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화려한 무대 디자인을 선보였기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티켓의 가격이 적정하다고 봤다. 하지만 오페라가 아직 진입장벽이 높은 형태의 종합 예술이기에 공연 내내 빈 좌석이 눈에 띄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투란도트와 같은 오페라는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기에 그만큼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은 흥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긴 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공연의 진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오페라의 매력을 접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 예술 지원의 필요성

공연을 할인된 가격에 관람하며, 이러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아티스트에게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진입장벽 중 하나가 바로 가격이기에 관객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관련 지원정책이 보편화된다면 관객들이 예술에 대한 진가를 몸소 느끼고, 더 많은 예술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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