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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Nov 14. 2024

<책>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리뷰

시대의 틀을 깬 황금빛 예술

예술가들에 대한 책은 단순히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작품 속에 깃든 예술가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창이 된다. 특히 '구스타프 클림트' 같은 예술가의 작품을 다룬 책은 그가 남긴 다양한 회화뿐 아니라, 그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작품들을 통해 그의 세계를 더욱 깊이 탐험할 기회를 준다. 예술가의 배경과 시대적 환경을 알게 되면 작품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개별 작품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이해하게 되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클림트는 황금빛 화려함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당시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모순된 쾌락, 예술을 통해 시대의 틀을 깨려 했던 그의 과감한 예술적 도전이 담겨 있다. 19세기말의 빈을 배경으로, 상류층의 화려한 생활과 빈곤의 격차가 심화된 이 시대에서 클림트는 "각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모토 아래 반분리파 운동을 이끌며 전통을 벗어난 작품을 선보였다. 세기말 빈의 퇴락과 상반되는 화려한 황금빛과 에로틱한 주제를 통해 클림트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사회적 금기를 과감히 표현했다.


책을 통해 접한 클림트의 작품들은 그저 눈부신 색채와 대담한 형상이 아닌, 그의 내면과 죽음, 사랑, 삶에 대한 사색이 담긴 메시지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인간의 연약함과 죽음이라는 필연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 잠든 아이, 생명의 아름다움이 한창인 젊은 여성, 그리고 노쇠한 여성의 모습을 한 작품 안에 나란히 배치해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하는 작품들을 보면 누구나 마주할 죽음의 공포를 상징적인 이미지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사실 앙상한 손과 다리를 가진 노년 여성의 모습은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죽음을 앞둔 노년의 모습은 연약하고 두려운 감정을 자극하지만, 반면에 아이와 젊은 여성의 생명력 있는 모습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지금의 순간을 감사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게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게 되었다.


클림트의 작품 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키스>에 담긴 내용과 표현도 강렬했다. 여덟 종류의 금박을 사용한 이 작품은 에로틱한 사랑을 화려하고 강렬하게 표현했으며 격정적인 키스 장면 이면에는 여성의 위태로운 자세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 숨어 있어 격렬한 사랑 속 두려움과 불안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는 사랑이 단순한 행복이 아닌 복합적인 감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예술적으로 담아내며, 사랑을 정의하려 했던 클림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클림트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고전적 미학을 넘어 다채로운 색채와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정원 풍경>의 싱그러운 초록과 <죽음과 삶>에서의 어두운 색채는, 죽음의 이미지조차도 다양한 해석과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죽음과 삶>에서는 죽음과 함께 평화로울 수 있는 삶을 그리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평온함과 수용을 나타내기도 했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그 독특한 상징성은 클림트의 예술적 깊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주한 클림트는,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누구보다 특별한 예술가였다. 죽음과 생명의 경계를 묘사하며 강렬하게 다가왔던 그의 작품은, 대담하고도 독창적인 표현력 덕분에 우리의 내면 깊은 곳을 잔잔하게 울렸다. 클림트가 전하고자 했던 세상의 빛과 어둠, 그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아 감명 깊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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