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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Nov 19. 2024

<공연>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음악을 넘어 영화로 떠나는 시간

한스 짐머의 음악을 오케스트라 실황으로 듣는 경험은 단순히 영화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의 작품은 단숨에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며, 머릿속에 생생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당시의 감정을 생생히 되살린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선 경이로운 예술적 체험이었다.

공연 프로그램에 포함된 곡들을 보며 "이 영화의 OST도 한스 짐머였다고?" 하고 놀랄 만큼, 그는 고전 영화부터 현대 영화까지 아우르며 진정한 거장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스 짐머는 내게 음악이 가진 강렬한 힘을 일깨워 준 인물이다. 그의 음악은 스크린을 넘어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이번 공연은 그 특별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현대적이고 새로운 오케스트라의 매력


이번 공연은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현대적인 악기 구성과 사운드로 차별화되었다. 영화 OST라는 특성상 다채로운 음색을 구현해야 했기에 그랜드 피아노 대신 전자 키보드가 사용되었고, 이 외에도 드럼 세트, 일렉기타, 베이스 기타 같은 밴드 악기들이 포함되었다. 특히 일렉기타의 강렬한 사운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며 영화의 역동성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이 가진 매력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클래식과 전자음악,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 이러한 음악적 스펙트럼은 이번 공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의 섬세함에 현대적인 사운드가 더해지니, 그의 음악이 가진 혁신성과 독창성이 한층 더 빛났다.


제일 인상 깊었던 연주: <탑건 : 매버릭 - 메인 테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탑건: 매버릭>의 메인 테마가 연주될 때였다. 오케스트라가 과연 메인 테마의 일렉 기타 사운드를 어떻게 재현할지 궁금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실제 일렉 기타 사운드가 울려 퍼지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곡의 상징인 일렉 기타의 강렬한 음색이 오케스트라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방식은 놀라웠다. 덕분에 영화관에서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설렘과 흥분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일렉 기타뿐만 아니라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리듬감은 음악의 역동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체감하는 경험이었다. 관객들은 그 에너지에 압도되었고, 눈앞에 영화 속 장면들이 생생히 떠오르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조명이 만들어낸 영화적 몰입감


음악뿐 아니라 조명 연출도 공연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각 영화 OST가 연주될 때마다 조명은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를 따라 변화하며, 마치 공연장이 아닌 영화 속 공간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https://www.youtube.com/watch?v=gIHjXDxghqE

예를 들어, 영화 <인터스텔라>의 First Step이 연주될 때는, 영화에서 상징적인 도킹 장면을 연상시키듯 조명이 빙글빙글 돌며 관객석을 비추는 동작을 보여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4Zw-8gedlA

이 조명의 움직임은 도킹 장면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쿠퍼가 만 박사의 행성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 낭비로 인해 잃어버린 23년 동안의 누적된 영상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는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연출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이를 떠올리게 하는 조명 효과가 더해져 영화적 체험이 극대화되었다고 느꼈다.

이외에도 <캐리비안의 해적> 메들리에서는 파도를 형상화한 물결치는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색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다시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음악, 그리고 감동


공연장에 앉아 있던 나는, 영화관에서의 감상과는 다른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동시에, 음악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감동을 받았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음악은 첫 소절만 들어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독창적이다. 이번 공연에서 나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곡가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단순히 영화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관객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이야기를 음악으로 써 내려가는 예술가다.


이번 공연은 나에게 음악과 영화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내 삶의 여러 순간과 감정을 되살리며,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을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음악을 실황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예술과 추억이 만나는 축복 같은 경험이었다.


다시 한번 그의 음악 콘서트가 열린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의 여운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며, 한스 짐머의 음악은 앞으로도 내 마음속에서 계속 울릴 것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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