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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후 4시

아무거나 줘 먹지 마라

by 빌려온 고양이


"싹싹 김치 같은 건가?"

"싹싹 김치가 무슨 뜻이야?"

"몰라."


쇼츠 속 대화.

무슨 뜻인지 궁금해 댓글을 눌러보았다.


- 우리 아들한테 물어보니 발우공양 같은 거래요. -


아, 밥을 깨끗하게 싹- 비웠을 때 쓰는 말인가 보구나.

한 번에 이해한 내가 기특했다.

참, 사람들 말도 잘 만든다.

쉽게 이해되면서도 입에 착 붙는다.


그런데 다른 영상을 보니 발우공양 의미로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이젠 이런 문화도 못 따라가는 건가 싶어, 그제야 의미를 직접 찾아봤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쓴다지만,


기분이 좋고,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때 사용하는 긍정적 표현.


피식 웃음이 났다.

원래 의미는 제쳐두고, 엄마 수준에 맞춰 설명해 준 아들이나, 그 말을 기억하고 댓글로 남긴 사람이나, 둘 다 너무 귀여웠다.


나도 그랬을까.

내게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하는 말을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을까.

우린 어떤 대화를 나누는 사이일까.


답답해서 대화도 하기 싫다는 아들보다는,

내심 엄마 속이는 맛에, 엄마 눈높이에 맞춰

"발우공양 같은 거야."라고 말해주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부질없이 해본다.


그 아들이 내 아들도 아닌데,

밥 한 공기를 싹 비우고 나면

우리끼리만 아는 말인 것처럼 싹싹 김치를 떠올린다.


'오늘도 녀석이 말한 것처럼 싹싹 김치 했네'


이러나저러나 또 하나 배운다.

댓글이나 영상에서 이상한 걸 막 주워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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