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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후 4시

잘 지내지?

by 빌려온 고양이


인스타그램 피드가 엉망진창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SNS 알고리즘으로 상대를 판단한다는데, 참 어디 내놓기가 부끄럽다.


탐색 피드는 내가 저질러 놓은 거라 쳐도, 홈 피드는 어떤 기준으로 추천하는 걸까.

최근 홈 피드는 서울국제도서전 콘텐츠로 어지럽다. 쓰는 사람, 읽는 사람, 파는 쪽과 사는 쪽. 저마다 다른 말을 한다.


장르 소설 작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가끔 들른다. 밀리의 서재 정액제 문제로 뜨거웠다.

일부 작가들은 유통을 거부하고, 회원 탈퇴를 인증했다. 브런치도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모양이다. 플랫폼도 처지에 따라 시끄럽긴 매한가지다.


돈이 되는 글, 돈 주고 읽을 만한 글.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있는가.

아니다.


돈이 되는 소재로 글을 써야 한다지만, 못 쓴다.

웹소설도 돈 되는 장르가 따로 있는데, 내 상상력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비문인 줄 알면서도 트렌드를 따라 써봤지만, 내 글 같지 않았다. 가볍게, 쓱쓱 써야 하는데 시간을 두고 수차례 퇴고하는 내겐 쉽지 않다. 한없이 잡고 늘어질 수 없어 예약 시간에 맞춰 올리고 만다. 말 같지도 않은 문장이 차고 넘친다. 노트북에서 모바일로 넘어갈 때 누군가가 원고를 바꿔치기한 게 틀림없다. 그쯤 되면 수정하기도 싫을 만큼 진저리가 난다.

그냥 문맹인 척 내려놓는다.


결국, 나 좋으라고 쓴 수만 자의 글은 정말 나만 좋아하게 된다.

심해로, 끝도 없이 가라앉는 중이다.


브런치도 그렇고, 플랫폼 여기저기 돈 안 되는 글만 잔뜩 질러놨다.

미안하네, 브런치.


오늘은 내친김에 플랫폼 몇 군데를 쭉 돌았다.

아, 손가락으로 낳은 내 아이가 10위 안에 들었다.

너 왜 거기 있니?

완결한 글인데 도대체 어디서 읽힌 거니?


그래 해솔아, 잘 지내지?

나만 애틋한 놈, 내 생각은 조금도 안 하는 놈.

개늑시 같은 아이.

그나저나 네가 있는 플랫폼도 사라질까 봐 걱정이야.



사진 출처: 본인(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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