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전야제, 싸이가 뛴다.
그 뒤로 보이는 국회의사당이 낯설다.
몇 달 전만 해도 헬기가 뜨고, 탱크가 들어왔던 곳.
당연한 것만이라도 누리게 해달라고 절실히 빌었던 나의 시간이 국회의사당 위로 겹친다.
싸이가 그때처럼 변함없이 미친 공연을 한다.
그때, 그 노래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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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만 빼주세요. 힘들게 예약한 콘서트예요."
싱글이라는 이유로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같은 연휴는 내가 근무해야 했다.
"증빙하면 보내줄게."
더럽고 서러웠다.
싸이 콘서트는 그런 날이었다.
파견 나간 지역에서 미친 듯이 벗어나고 싶었고, 빨간날만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쉬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 아주 추운 겨울, 반팔을 입고 스탠딩 좌석에서 여섯 시간을 뛰었다.
그런 그의 공연을 아주 오랜만에 보는데 눈물이 났다.
국회의사당 앞 공연이,
그러니까 그날처럼 더럽고 서럽고 절실해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오늘,
무심코 틀어놓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의 목소리다.
좋아하는 아나운서, 그는 독립유공자 후손이다.
보수 정권 때면, 당연하다는 듯 국가 행사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된다. 그의 목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정권이 바뀐 게 맞구나.
한 시간이 넘는 경축식을 숨죽여 시청했다.
오래된 것도 아닌데, 참으로 오랜만이다.
모든 게 오랜만이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