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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Sep 04. 2022

[부업으로 청소합니다] 2. 덕분에 1만보 걷는 중

물론, 청소일 시작 후 주말 산책은 잠정 중단 중

아침에 우유 한 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고 신해철 씨의 '도시인'이라는 제목의 노래. 저 때만해도 노래방에 가면 반드시 불러야 하는 필수 곡이었는데, 요즘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노래 제목을 이야기 했을 때 알아듣는 친구가 10%는 되려나...? 90년 대 직장인의 각박한 삶을 지적한 노래였는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상황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당시만 해도 주 6일 근무였는데 지금은 주 5일 근무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여전합니다.


주5일, 40시간의 근무 시간. 물론 52시간까지는 근무가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주 120시간을 언급하다 혼쭐이 났지만, 사무직 직장인의 하루는 힘들기만 합니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일텐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물론 현장에서 땀흘려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평일을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어느 순간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름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한다고 하는데, 하루의 대부분을 업무에 소비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최적화되고 있는 기분, 아니 현실. 사무직에 적응된 신체(?)인지라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에 대해 고민할 방법을 찾았고 그게 바로 산책입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길 수도 있지만, 오랜시간 참선을 이어 온 수도승이 아닌 이상, 1분을 무념무상 상태로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일이 아닌 주말에도 보통의 출근시간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회사가 아닌 주변 산책로로, 산으로 걷기 시작한 게 1년 남짓. 낮에도 걷고 밤에도 걸을 수 있었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기운 가득한 아침 시간에 슬그머니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걷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버스에서 그 모습을 봐야했기에 많이 아쉬웠었고요. 꽤 많이 걸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생각도 비우고, 덕분에 주말에 다듬어 놓은 마음으로 다음 한 주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주말에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걸 이야기 하면 주위에선 이상한 놈 보듯 쳐다봅니다. 여전히.


그런데, 청소일을 시작하고 산책을 잠시 멈췄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아침에 각각 2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오던 패턴이 청소를 하고부터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노래 '도시인'의 가사와 달리 아침에 우유와 패스트푸드는 고사하고 공복으로 출근한 게 십 여넌이 넘어가고, 정신없이 일하다 매일 저녁 퇴근하고 부랴부랴 저녁밥을 챙겨 먹은 다음에 바로 청소일을 하는 일상이 그리 만만한게 아니더라고요. 3개 층의 사무공간과 1개층의 넓은 창고 공간을 매일 쓸고 닦아야 하는 청소일인지라, 밀대를 들고 창고 공간을 왔다갔다 하며 먼지와 쓰레기를 제거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에어컨은 생각할 수도 없고 창문도 모두 닫혀 있는 후끈한 공간을 밀대 하나 쥐고 수십번 왕복해야 하는 일.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진 공장을 누비며 밀대로 먼지를 제거하고 나면 전신이 땀으로 젖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하루 1만보를 채우는 일상이 계속되고,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지친 몸으로 집에 와 씻은 후 자고 일어나면 다시 출근.


이러다보니 주말까지 산책을 하면 몸이 버텨나지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요즘엔 주말에 산책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아침 출근 시간에 일어나 근처 공원으로 가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옵니다. 한 시간 정도 멍 때리며 지친 마음을 달래줍니다. 산책도 좋지만, 이렇게 멍 때리는 여유를 갖는 것도 꽤 훌륭한 마음 다스리기가 된다는 것도 이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산책은 잠시 멈췄지만, 청소일을 하며 할 1만 보 이상을 걷게 되는 상황 덕분에 몸은 좀 건강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일 근육 따로 운동 근육 따로 있다고 하는데, 보통의 사무직 직장인과는 다르게 매일 몸을 써주는 덕분에 생각보다 뱃살도 덜 나오고, 하체에 근육도 붙는 느낌.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시인'의 가사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현재 우리의 상황과 얼마나 비슷한지 같이 비교해볼까요?


아침에 우유 한 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바늘보면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경적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this is the city life!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있는거야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어제밤 술이 덜 깬 흐릿한 두눈으로
자판기 커피 한 잔 구겨진 셔츠 샐러리맨
기계부속품처럼 큰 빌딩 속에 앉아
점점 빨리 가는 세월들 this is the city life!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거야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한 손엔 휴대전화 허리엔 삐삐차고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회색빛의 빌딩들 회색빛의 하늘과
회색얼굴의 사람들 this is the city life!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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