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Is Chuck (3) 테오도르 준 박의 『참선 1, 2(2019)』
황야에서 희망하기: 자세를 잡고 의문을 던지다.
정서의 불안은 만국 공통의 문제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물질적, 정서적 풍요로움을 제공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욱 몸과 마음의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이는 단지 과학기술이 가져다준 풍요가 심신의 안정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이 무언가 빼먹은 것이 있다는 말이다. 테오도르 준 박은 두 권의 책을 통해서 우리의 불안과 혼돈을 해결하기 위해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몸을 수양하는 참선을 통해 마음과 만나자는 것이다. 마음 수련을 위해 노력했으나 그동안 실패했던 사람들, 이제 막 마음을 마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두 권의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저자가 어떻게 살았는가, 참선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참선은 왜 좋은가로 말이다. 개인의 서사와 참선법, 그리고 참선의 이로움 사이의 연결은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읽고 조금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참선을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배우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경험으로서 체화하게 된다. 이는 저자의 부드러운 글솜씨에서 기인한다. 외국인으로서 선사에 들어가 참선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환속 후 다시 요가에서 새롭게 삶을 배워갈 때를 풀어내는 방식은 어느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백미는 저자가 송담 스님으로부터 처음 참선하는 법을 배우는 부분이다. 외국인이 "이뭣고?"를 배워나가는 과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도 바로 따라 하고 싶을 만큼 흥미롭고 또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하다.
테오도르 준 박은 참선을 통해서 마음속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자세를 바로잡고 앉는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길게 내빼는 날숨에 맞춰, "이뭣고"에 집중한다. 이게 기본적인 참선법이다. 다른 사물이나 사유에서 벗어나 “이뭣고”라는 짧은 세 글자와 함께 우리는 삶의 근원적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 그게 바로 참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서투르게나마 이 행동을 수행해보면 세상에 홀로 있음이 실감 난다. 인생의 다른 질문들은 허무해지며 생존과 죽음의 경계만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겨울나무처럼 한껏 앙상해진 추위가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참선이란 시간을 따로 내야만 하는 활동은 아니다. 저자의 스승인 송담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르치는 불법(佛法)은 설거지하고 바닥을 쓸고 닦고 손빨래하고 못질하고 삽질하는 것이야(1-7).’
저자는 참선의 의미를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범위까지 확장해서 설명한다. 참선을 개인적인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 불안과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양의 과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참선이 도덕이라는 방향성을 가져야 하며 평범함이 소외되는 이 시대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환속한 저자의 입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참선이 곧 종교가 아니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참선은 스스로는 닦아가는 과정으로, 그는 불교와 요가를 거치며 만들어낸 참선을 기술이라 주장한다.
한발 더 나아가 ‘종교적 물건들이 인간 의식에 잠재된 변혁의 힘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로 개발된 기술적 장치(5-57)’라 말한 부분은 통찰이 담겨있으나 동시에 아쉽기도 하다. 아직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종교와 양자역학과의 연결로 빠졌기 때문이다. 동양 사상과 종교의 과학적 기반에 관한 실제적인 고찰은 동양과학사와 과학기술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젊을 때 종교에 귀의해 30년을 살다 나와서는 요가를 배우러 떠나는 저자의 모습에 누군가는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나 큰 비극을 겪었는지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내던져진 상황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바라보았는가이다. 테오도르 준 박은 ‘참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확한 참선법을 전달하기 위해 일생을 모두 담은 두 권을 책을 썼다. 자꾸만 흔들리는 삶을 위해 일상의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참선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와중(1-10)’에도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올바른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솟아오르는 의심, 그게 무엇인지 살펴보기를.
- 나는 자신의 아픔과 나약함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 보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종교의 건강하지 못한 버전은 인간의 퇴행적이고 비생산적인 욕구에서 비롯돼.
- 반면에 표출되지 않는 화는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쉽게 바뀌지 않는 의식구조 같은 것이다.
- 참선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깨어나 훨훨 날아가는 거야.
- 그러니 미래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로봇이 아니다. 우리의 의식이다. 다시 말하면 바로 우리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