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마주하며 손글씨로 문장을 읽는 것이 필사의 90%이다. 책의 종류, 펜의 선택, 글씨체 변경, 노트의 양식 등이 나머지 옵션이다.
필사는 홀로 떠나는 여행이다. 혼자가 가장 편하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책 속에 빠져드는 순간이 필사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필사는 자신과의 대화만 필요한 고독의 하이라이트다.
"고독은 가끔씩 나에게 위로가 된다. 그것은 이 세상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주며, 남의 방해 없이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봐도 고독한 시간은 챙겨 먹어야 하는 비타민과 같다. 세상으로의 해방,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고독은 필사에서 그 엑기스를 뽑아낼 수 있다.
필사로 피어나는 고독이 '독'으로 여겨지면 함께하는 필사를 해 본다. 한 곳에 여러 명이 모여서 하는 필사도 도움이 되지만, 자칫 필사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기에, 온라인 필사를 추천한다. 나의 장소만 마련한 채 인터넷이라는 그물망으로 시간을 공유하는 필사를 권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필사에 재미를 알고 오랫동안 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필사가 좋다.
'대사랑tv_글씨교실' 유튜브 채널(내 채널이다. 깨알 홍보다.)에서는 매일 밤 라이브 필사 방송을 한다. 함께하는 필우들이 고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쓰는 필사다. 매일 15분 동안 짧은 만남이 이루어진다. 시간을 같이 하며 각자 하고 싶은 필사를 한다. 글씨 연습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필사는 생활이다. 매일 밥 먹듯, 매일 친구를 만나고 글을 쓴다. 필사의 장점을 알고 나와 동반하는 필우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함께 오랫동안 멀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