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사랑 biglovetv Apr 12. 2024

광안대교 같은 사람

소소한 일상의 기록

오랜만에 광안리 바다를 찾았다.

부산 토박이지만 광안리를 품고 있는 남천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첫째가 태어날 때쯤 직장을 옮기며 울산에서 부산으로 왔다.

남천동에 자리 잡았다. 처갓집이 가깝기도 했지만, 푸른 바다가 집 바로 옆이라는 넉넉함도 한몫했을 것이다.

 남천동은 '신세계' 영화 중 최민식의 대사로 큰 유명세를 치렀지만, 원래 부산의 부촌으로 유명한 곳이다. '빵천동'이라 하여 빵집 거리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갓 구운 빵을 사서 바다로 향하면 식기 전에 광안리 모래사장에 닿을 수 있을 만큼 광안리 바다가 가깝다.

 방파제 길을 지나 모래사장의 끝자락에 닿으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 희끗희끗 나타났다 사라지는 갈매기들의 날갯짓, 코 끝을 자극하는 비릿하고 신선한 해초 냄새, 조깅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광안리 바다는 한순간에 나를 무장해제한다.


1, 2년 사이 거리 풍경이 많이 변했다. 부산이 국제도시로 성장함을 느낄 수 있다. 부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핫 스폿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피부색 다른 여행객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K-날씨를 만끽한다.  말투가 다른 이방인들이 '와~ 와~'하는 탄성을 지르며 파도를 향해 달려간다.


 10년 이상을 살아온 동네 주민에게는 낯선 광경이다. 부산 사투리로 '바다가 뭐시 그리 좋다고 저러노?' 한다. 이해가 안 된다.

 이 낯섬의 정점은 광안대교다. 거의 모든 이들이 광안대교 배경에 자신을 넣어 셔터를 연속으로 누른다. 자연의 대표 선수 '바다'와 인공물의 대표 선수 '교량'이 어우러진 장면에 열광한다. 부산 시민에게는 그저 교통 체증의 대명사와 무료 통행료 쟁취의 대상인데 말이다.


광안 대교는 2003년에 지어졌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인이다.  그와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 해변을 걸으면서 그가 되어 보았다. 20년 동안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변하지 않는 존재였다. 자신을 향해 내뱉는 수많은 환호와 하소연들을 들어주었다. 모든 방문자의 친구였고 동반자였고 상담사였다. 모든 것을 감싸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아무런 편견과 차별 없이 모두에게 자신을 배경으로 내어주며 평생을 서 있었다. 자신의 본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일 수천 대 차들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가도록 파도를 견디며 지탱해 왔다.   

    

 나는 2004년에 결혼했다. 가정을 이룬 지 20년째다. 남편과 아빠로서 지금까지 왔다. 가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왔다. 내 주된 역할은 흡사 광안대교와 비슷했다 생각한다.


 앞으로의 인생도 광안대교처럼 살고 싶다.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며 찾아오는 이들의 친구이자 헬퍼(Helper)가 되고 싶다. 가진 것들을 아끼지 않고 나눌 수 있는 넉넉한 인간이고 싶다. 나의 본분도 충실할 것이다. 가족들이 안전하게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버팀목이자 안내자가 될 것이다. 아무런 편견과 차별을 가지지 않은 청량한 인간으로 살 것이다. 더 용기를 내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어른이고 되고 싶다.


광안대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대사랑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탄성 구간'에 머물러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