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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Apr 16. 2024

저는 '교세권'에 살기로 했습니다

나의 장소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주거 지역을 '역세권'이라 한다. 여기서 파생되어 맥도널드가 가까이 있으면 '맥세권', 스타벅스가 근처에 있으면 '스세권'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이에게, 정크푸드를 찾지 않는 이에게, 커피 대신 차를 선호하는 이에게는 이런 낯선 용어들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는 '교세권'에 산다. 아니  '교세권'에 살기로 했다. 집에서 '교보문고'가 5분 거리에 있으니 '교세권'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서점에 자주 가지 않는 나에게 '교세권'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교세권'에 살기로 했다.

경성대부경대역 지하도의 안내 표지, 지하 2층

 저녁 식사 후 필사 방송(매일 10시) 전까지 어중간한 시간을 교보 문구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다.

5분 거리, 10인용 탁자, 향긋한 백색 소음, 담백한 조명, 또렷한 새책 냄새.

자투리 1, 2 시간을 책과 가까이 보내기 위한 최적의 장소, 100분을 1000분처럼 쓸 수 있는 우주 공간, 얼굴 없는 지식인들에게 둘러 싸인 겸손의 교실.

 읽고 있는 책을 가져가도 좋다. 태블릿을 가져가 강의를 들어도 좋다. 어떤 신간 도서를 선택해도 좋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바로 구매해도 좋다. 문구 코너에는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펜들이 있어 좋다.

10년 이상을 이 동네에 살면서 왜 그냥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주위를 자세히 돌아보자. 지도를 펼쳐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장소를 찾아보자. 마음속 한구석에 그 장소가 움트게 하자. 이때다 싶으면 시간을 정하고 그 장소에 가자. 거기서 무엇이든 해보자. 다른 시각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생각들이 당신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실망하지 말자. 좋은 장소는 널려있다. 우리가 찾지 않았을 뿐...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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