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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y 30. 2024

내가 오너십을 가지라고 했지 오너처럼 행동하라고 했어?

"열정은 감옥을 궁전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제가 오너십을 가지라고 했지, 언제 오너처럼 행동하라고 했나요?"


대표의 이 말에 회의실은 순간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평소 오너십을 강조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그는 마치 낯선 사람 같았다. 사실 대표가 화가 난 진짜 이유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 때문이었다. 


그는 대표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따르기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향으로 일을 하고자 했다. 대표는 해당 직원과 직접 문제를 풀기가 껄끄러웠는지, 그가 없는 곳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마치 그들이 자신의 편에 서줄 것이라 생각한 듯했다. 리더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그 직원은 종종 주장이 강하고 표현이 거칠 때가 있지만, 자신이 맡은 일은 확실히 해내는 사람이었다. 대표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소통했다면 오히려 그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는 그를 '불순종'의 대명사로 낙인찍어 버렸다.



대표의 모순된 행동은 '통제 욕구'로 설명할 수 있다. 많은 관리자들은 조직과 구성원들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기결정성 이론에서 강조하는 자율성의 가치와 배치된다.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때 더 높은 내재적 동기와 심리적 안녕감을 경험한다. 반면 외부의 지나친 통제는 오히려 동기와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


대표는 직원들을 통제함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시각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조직이 성장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존중되고 내적 동기가 북돋아져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와 지원에 기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오너십이 조직에 초래하는 영향은 무엇일까? 오너십이 있는 조직은 혁신과 성장의 원동력을 가진다.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게 되고, 이는 창의성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들은 오너십과 조직 성과 간의 긍정적 관계를 지지하고 있다. 오너십이 높은 조직에서는 직원들의 직무 만족과 몰입이 높아지고, 이직률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오너십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 수준에서도 성과와 조직 시민 행동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너십이 직원 태도 변화를 넘어, 조직의 성과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픽사의 히트 애니메이션들은 이런 문화에서 탄생했다. '토이 스토리'가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픽사의 경영진은 직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토이 스토리'는 크게 성공했고, 픽사는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반면, 오너십을 억압하는 문화는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이는 한 IT 기업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이 회사에서 한 직원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일부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상사는 이를 개인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그 직원은 팀에서 배제되었다. 이후 프로젝트는 직원이 우려했던 대로 큰 어려움에 빠지고 말았다.


이처럼 오너십을 억압하는 것은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 만약 이 회사가 직원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의 오너십을 인정했다면, 프로젝트의 실패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사의 독단적인 태도는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입으로는 오너십을 외치면서, 정작 오너십을 발휘하는 직원들을 불편해하는 리더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결국 독이 될 것이다. 진정한 리더라면 성과연동 보상제도, 직원 의사결정 참여, 교육과 코칭 등을 통해 직원들의 오너십을 끊임없이 북돋아 주어야 한다.



"열정은 감옥을 궁전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말은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삶과 예술 세계에서 발견되는 정신과 맞닿아 있다. 아폴리네르는 모나리자 도난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고, 1차 세계대전 중에는 부상을 입는 등 역경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열정을 놓지 않았던 시인이었다. 비록 이 구절이 그의 실제 경험에서 직접 나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의 시와 삶에 흐르는 불굴의 열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열정은 조직에서 오너십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도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진정한 오너십을 가진 구성원들은 외부의 통제나 제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열정과 자발성을 원동력 삼아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간다. 마치 궁벽한 작업실을 창작의 성지로 만드는 예술가의 열정처럼, 조직에 대한 주인의식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주어진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낸다.


따라서 리더의 진정한 역할은 구성원들에 대한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그들 내면의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내적 동기를 북돋아 줄 때, 진정한 오너십은 꽃을 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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