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방식이 성공을 가져다줬다면.
"몇 달 전에 업계에서 꽤나 유명한 분을 임원으로 모셨어요. 처음엔 정말 기대가 컸죠. 하지만..."
"그분이 회사 일보다 자신을 알리는 데만 열중하는 것 같아요. SNS 활동, 외부 강연, 인터뷰... 물론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지만, 우리 회사의 당면 과제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필요했던 건 사무실에 앉아 주어진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사람이었어요. 화려한 이력보다는 실무에 강한, 말 그대로 '일 잘하는' 직원 말이죠."
"그래서 결국 그분을 보내드려야 할까 봐요." 대표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의 눈에는 고민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결정일까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마치 이 상황의 복잡함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수많은 빛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모습이, 이 난제 속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분을 애초에 알게 된 것도 그분의 유명세 때문이 아니었나요?"
대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의 눈빛에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사람의 당혹감이 읽혔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업계 내 그의 인지도가 곧 그의 평판이자 능력이라고 판단해서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선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 말에 대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에서 자신의 결정을 되돌아보는 복잡한 감정이 엿보였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분의 강점을 회사에 맞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거죠. 예를 들어, 그분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회사의 마케팅이나 신규 거래처 개발에 활용한다든지..."
대표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마치 어두운 터널 끝에서 희미한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그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분을 우리 틀에 맞추려고만 했지, 그분의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의 방식이 성공을 가져다줬다고 믿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 특성을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서로 윈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대화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어졌다. 인재 채용의 중요성, 조직 문화의 형성, 그리고 리더십의 역할까지. 이 모든 것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를 나서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네온사인들이 밝게 빛나는 도시의 풍경은 마치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그 빛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야경은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문득 영국의 저명한 교육학자 켄 로빈슨 경의 말이 떠올랐다.
"재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임무는 그것을 발견하고 육성하는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다른 형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조직의 역할은 그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로빈슨의 통찰이 비단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재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난다. 그 빛을 억누르거나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 빛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자,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지혜가 아닐까? 이 밤의 대화가 남긴 여운과 함께, 그 질문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