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몬 스큅의 '왓츠 유어 드림'
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남자가 있다. 길거리의 낯선 이에게 다가가 무례할 정도로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남자, 사이먼 스큅이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최근 그의 영상 하나가 내 머릿속을 강렬하게 타격했다. 스큅은 길을 가던 한 여성에게 잔인할 정도로 매혹적인 선택지를 내민다. 지금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 10,000파운드(약 1,700만 원), 아니면 자신이 쓴 책 한 권. 여성의 선택은 망설임 없는 책이었다. 지식이 돈보다 가치 있다고 믿는다는 그녀에게 스큅은 한 달 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꿈을 이룰 자금 10,000파운드를 주겠노라 약속한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약속한 한 달이 지났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고, 스큅은 그녀를 찾기 위해 다시 영상을 올렸다. 이 기묘한 실화는 나에게 강렬한 의문(But then)을 선사했다. 도대체 저 종이 뭉치에 어떤 가치가 담겨 있길래 당장의 거금을 포기하게 만드는가, 그리고 왜 누군가는 그 기회를 잡고도 사라지는가. 그 도발적인 호기심이 나를 이 책 앞으로 끌어다 놓았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받으며 자란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실패를 피하라는 가르침 말이다. 스큅은 책의 서두에서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스스로를 가두어온 네 가지 거짓 신화를 냉혹하게 해부한다.
첫째, 열심히 일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맹신이다. 그는 전략 없는 성실함은 그저 효율적인 제자리걸음일 뿐이며, 노동의 양이 결코 성공의 크기를 담보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둘째, 실패는 곧 재앙이라는 공포다. 셋째, 고통스러운 일은 어떻게든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안일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유가 곧 행복이라는 물질적 신화다.
많은 이들이 이 지점에서 서늘한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네 가지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도전을 주저할 때마다 꺼내 드는 비겁한 변명이자, 안온한 현실에 머물게 만드는 마취제이기 때문이다. 스큅은 이 낡은 관성을 도끼로 내려쳐 부수지 않는 한, 당신은 평생 남이 설계한 지도 위에서만 맴돌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잘못된 믿음을 걷어낸 자리에 스큅은 꿈이라는 실질적인 엔진을 채워 넣는다. 그가 말하는 꿈은 결코 몽상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왜 꿈을 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그는 세 가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꿈은 도착점에 대한 희망을 준다. 안개가 자욱한 망망대해에서 등대 불빛을 찾는 것과 같다. 목적지가 분명할 때 비로소 우리는 방황을 멈추고 항해를 시작할 수 있다.
둘째, 계속 달리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창업이라는 길은 외롭고 고통스럽다. 엔진의 연료가 바닥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유일한 에너지는 결국 우리가 설정한 꿈이다.
셋째, 나 자신을 믿게 해준다. 세상 모두가 안 된다고 손가락질할 때, 끝까지 내 편에 서서 나를 믿어줄 수 있는 근거는 오직 내 안에 품은 꿈뿐이다.
이 책이 흔한 자기계발서의 늪에 빠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스큅의 처절한 솔직함에 있다. 그는 자신의 제안과 지원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고백한다. 실제로 그가 금전적으로 지원했더니 엉뚱한 곳에 돈을 쓰거나 순식간에 탕진해버린 사례들을 숨기지 않고 나열한다.
그는 세상을 장밋빛 렌즈로 바라보지 않는다. 호의가 반드시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이 지점이 바로 스큅이 특별한 이유다. 그는 무작정 하면 된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대신, 인간의 본성과 시장의 비정함을 동시에 목격한 관찰자로서 이야기를 건넨다.
사이먼 스큅은 입으로만 꿈을 설파하는 몽상가가 아니다. 15세에 노숙자로 시작해 밑바닥을 거고, 스스로 일군 사업을 세계적 회계법인 PwC에 엑시트하며 자본주의적 성공의 정점을 찍어본 인물이다.
그는 무모하게 리스크를 감수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영리하게 베팅하는 법을 가르친다. 또한, 언제 그리고 어떻게 그만두어야 할지 아는 것이 다시 시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임을 강조한다. 제품을 팔기 전에 열광적인 지지자(Super fans) 그룹을 먼저 만드는 법, 그리고 나 자신의 가치를 깎아먹지 않으면서 고객을 늘리는 법 등 그가 털어놓는 비밀들은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무기가 된다.
나 역시 최근 직장인이라는 안전한 껍데기를 깨고 창업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설계하는 길을 택했다. 우리 팀의 꿈은 명확하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우리의 브랜드를 지구 반대편까지 유통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스큅의 말처럼 냉혹하다. 매일같이 마주하는 거절의 메일, 회신조차 없는 바이어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스큅이 말했듯, 꿈은 우리에게 도착점에 대한 희망을 주고 계속 달리게 하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바이어보다 더 강렬한 것은 우리 안에 살아있는 비전이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만큼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삶의 끝을 직시할 때 비로소 지금의 도전에 모든 것을 걸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진짜 비극은 사업이 망하는 것이 아니다. 내 꿈이 아닌 남의 꿈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저당 잡힌 채,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사이먼 스큅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장 10,000파운드가 없어도 살 수 있겠지만,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이 없어도 정말 괜찮으냐고 말이다.
이 책은 나약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안온한 일상을 버리고 파도에 몸을 던진 나 같은 창업가들에게 보내는 거친 격려이자 연대의 선언이다. 직접 엑시트를 경험하고도 다시 타인의 꿈을 위해 거리로 나선 저자의 삶 자체가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증거다. 당신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밖을 엿보고만 있든, 이미 울타리를 넘어 거친 길 위에 서 있든 상관없다. 이 책은 당신의 무모한 선택이 결국 옳았음을 증명하는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