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이라에서 부치는 글
현재 저는 포르투갈의 마데이라라는 섬에서 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해외에서 디지털노마드로 살고 있는 중입니다. 마데이라섬은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같은 곳인데요.
요즘, 유럽 사람들에게 핫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에요. 거기다 이곳을 유럽의 디지털노마드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마데이라 정부차원에서도 이런 저런 행사들을 열고 있는데 운 좋게도 그런 프로젝트의 하나인 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하게 된것이죠.
외국 유학 경험이 전혀 없는 토종 한국인이 100%로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6주동안 9시부터 6시까지 참여해야 한다니 가기 전부터 남몰래 덜덜 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물론 프로그램의 절반이 지난 지금도 혹시나 못 알아들을까 영어 레이더를 곤두 세우며 긴장하며 지내고 있어요)
도착한 첫 주에 저를 떨게 만들었던 질문은 재밌게도 하우 알 유?(How are you?) 였는데요. 아침, 점심, 저녁 상관없이 캠프에서 저를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는데 질문의 범위가 넓은 open question 에 약한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대체 이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왜 이 질문을 던지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 캠프에 있는 동안 매 시간마다 이 질문을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어야 한다면 제 나름대로 짚고 넘어가야 생각했거든요.
이 말을 다른 말로 하면 이 질문을 통해 사람들은 뭘 하고 싶은 걸까? 라는 말로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외국 경험이 많은 동료에게 물어보니 이 질문은 상황에 따라 상대방이 나에게 보내는 사인 - 난 너와 간단한 스몰토크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 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저는 누가 How are you? 라고 물어보면 “I’m good or I’m fine” 이라고 말하며 급하게 제 갈길을 마저 갔었거든요. 그런데 몇 번 그러고 나니 뭔가 좀 이상한 거에요. 뒷통수가 간지러우면서 쎄한 느낌? 그래서 옆 동료에게 뭔가 잘못한게 있냐고 물어봤더니 How are you 의 다른 뜻에 대해 알려주더군요.
아차! 싶었죠.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 친구들은 물 마시러 갈때나, 화장실 다녀올때, 밥을 먹고 돌아올때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몰토크를 하고 있는 거에요. 이를 통해 이 친구들은 상대방과 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관계를 쌓아 나가는 거죠.
너 요즘 어때? 라는 이 간단한 질문에 당황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내가 요즘 어떤지를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더라구요.
바꿔 말하면, 나 요즘 괜찮나? 무슨 생각하며 살지? 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던 거고 그래서 질문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거죠. 이러한 간단한 질문에 머뭇거리는 저를 보며 내가 그동안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현재의 내 상태가 어떤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고, 신경써야 하는 사람도 저 잖아요. 흘러가는 파도에 이리 저리 휩쓸려 정작 나의 현재를 잡고 보살펴줄 키를 놓치고 살았구나 하니 정신이 퍼뜩 들었어요.
1)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 두려움의 실체에 선빵(?)을 날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How are you? 라고 누가 물어보기 전에 오피스에서 누구든 눈 마주치면 제가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으로 선빵을 날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이 말을 누군가에게서 들어야 한다면 제가 먼저 하는게 낫잖아요? 거기다 이렇게 하다보니 제가 대화를 리드한다는 느낌도 들어서 말하는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변해가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2) 글로 나의 생각과 경험에 대한 회고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 글이 마데이라에서의 첫 회고록입니다. 앞으로 이 작업이 제 삶에서 1순위가 될 것 같아요. 자신을 모르고 무슨일을 할 수 있겠어요? 흰 종이가 까만 글씨로 채워지는 것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받는 타입이라 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공유할 거리를 들고 올 예정인데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