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사색死人思索-사람은 죽을 때까지 사색을 한다.
[명사]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이것은 아주 오래된 나의 습관이기도 하고, 취미이기도 했다. 시골에서 자랐던 탓에 도시의 회색 숲보다는 송림을 걷고 수영장 대신 강에서 헤엄을 치며 컸던 영향일지 몰라도 나는 10대, 20대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사색을 즐겼다. 딱히 활동적인 성격도 아니었지만 나는 가만히 있는 것보단 휘적거리며 걸어 다닐 때 머릿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가 달렸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입시를 거쳐 지금의 세종시가 있는 곳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외곽에 있던 호숫가를 자주 찾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데 밤길을 걷다 하마터면 대전까지 갈뻔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샤로수길의 가로등을 따라서 걷기도 하고 한낮에는 땡볕을 피해 그늘과 그늘 사이를 지나다니며 사색을 즐긴다.
사색의 맛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한 15년 정도? 10대부터 시작해서 지금 30대가 되었으니 대략 그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뭐든 10년을 하면 전문가라고 하는데 아직 20년을 채우진 못했지만 스스로 사색가라고 부르는 게 부끄럽진 않다. 그러니 사색가思索家인 내가 당신에게 사색을 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색이 잡념을 없애는데 좋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한 잡념을 없애는 것이 사색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잡념이 없었다면 사색도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색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잡념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잡념의 절대량과 사색의 절대량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잡념이 많아도 사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색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큰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사색이란 뭘까?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디스크 조각 모음"을 떠올려 보자. (새삼 인간과 WINDOW는 닮은 점이 꽤 많다는 걸 여기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디스크 조각 모음의 목적은 "정리"를 통한 성능의 "최적화"에 있다. 물론 디스크 조각모음은 예상보다 결과가 썩 그럴싸하진 않다. 절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조각모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색도 마찬가지인데 답이 없어 보이는 물음에 몇 번이고 되묻고 지루해질 정도가 되어서야 간신히 한 조각 모아지곤 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자기 객관화를 통한 "잊어버린 자아 찾기"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너무나 헝클어진 상태라면 차라리 포맷을 하는 게 빠르고 편하다. 물론 인생도 포맷하길 원하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지만 불행히도 그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습관적 사색을 권한다. 그것은 주기적인 디스크 조각 모음을 권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로그램이 깔리고 지워지는 사이 정리가 힘들어질 정도로 헝클어지기 전에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몇 번이고 돌아오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사색을 권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