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공감필법에서 용기를 얻다
겁 없이 시작한 브런치에 겁을 내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나름의 글을 쓰다 보니 욕심이 났다. 수려하지 않은 필력, 그렇다고 담백하지도 않은 나의 미천한 글이 부끄러워진 탓이다. 몇 번의 포스팅 후에 급격히 자신감이 떨어졌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나의 다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작가의 서랍장에 쓰다만 글이 쌓여갔다. 하지만, 살아가면 글을 써야 할 일은 많고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문제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은 이유가 있다.
순간순간 떠올린 감정들과 사고들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 기록을 통해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돌아볼 수고, 이를 통해 발전한다 생각한다.
글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나의 생각을 쓰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나의 기록들이 공유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언젠가 독립출판을 하고 싶다. 요즘 마음만 먹으면 독립출판을 할 수 있다지만, 지금 이 실력으로는 안되느니라..
결국,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도 나의 글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한다.
책장에 보이는 [유시민의 공감필법]을 뽑아 들었다. 언니가 사놓은 책 같은데, '글 쓰는 법'에 대해 쓴 고리타분한 책이거니 싶어 읽어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인생 책이 되었고,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어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는 요즘, 책장에 꽂힌 저 책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유시민 작가가 쓴 책들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어 집중이 잘 되고, 기억에도 더 잘 남았기 때문에 그분이 쓰신 공감필법은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공감필법은 공감하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 나에게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줬다. 주제별로 책을 선정해서, 본인은 어떤 관점으로 책을 받아들이며 읽었는지 또, 그를 고려해서 글을 쓰는 법을 설명했다.
독서를 할 때 글쓴이의 입장과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서 읽어보라고 말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연히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얼마나 내 주변인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사람인지 돌아봤다. 모든 일에 백 퍼센트 공감하기는 힘들지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주었는지, 혹은 그런 체만 하게 아닌지. 글쓰기에 대한 책이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를 말한 듯싶다. 괜히 내가 찔려서 그렇게 생각한 걸 수도 있고
글쓰기에 있어 책을 읽는 습관은 정말 중요하다. 관심 있는 글을 읽으며 사고를 넓혀가는 것.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은 후에 한 동안은 그 책에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말하는 자신을 본다. 내가 접한 정보가 나를 만들고, 또 내가 정보를 선택하고, 이렇게 맞물리는 관계 속에서 더 많고 다양한 글을 읽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꾸준한 독서는 의견을 정립하고, 논리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솔직하게 기껏해야 한 달에 다섯 권도 제대로 읽을까 말까 한 사람이라 도저히 수많은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할 수가 없다. 이런 걱정을 하는 나에게 유시민 작가는 말한다. 다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한 권을 읽더라도 글쓴이에 공감하며 제대로 읽고, 무엇보다도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하는 것. 그게 공감필법의 핵심이라고. 순간의 감정을 부족하더라도 글로 써보는 것. '기억해놔야지'가 아니라 그때 그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래서, 거창한 것 먼저 시작하는 게 아닌 소소한 순간에 떠오르는 단상들을 메모장에 적어가는 것 부터 시작하려한다. 휴대폰이 아니라 수첩에 펜으로 연필로 적어내려가며, 그때의 느낌까지 기억해보는 방법. 꽤 아날로그적이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방법이다. 그리고 제발! 꾸준하게 하자. 계속하다보면 어느새 수첩 한 권이 꽉 차있는 모습을 생각하며 :) (그래서 오늘 수첩을 사러 간다는 말이다 하하!)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는 게 많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만 아는 게 많다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에요. 아는 것이 적으면 불리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글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마다의 수준에서 저마다의 스타일로 글을 쓸 수 있어요. 하루 한 문장이라도 꾸준히 쓴다면 말입니다. -「유시민의 공감 필법」, 창비(2016),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