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날드 사장은 책 뒤표지를 덮으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바로 이 맛에 책을 읽는 거라고.”
그는 따스한 눈길로 책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책에 생기가 도는 듯 느껴졌다.
로날드 사장은 등 뒤에 쌓여 있는 책더미를 올려다보았다.
“서점에 진열된 책들도 엇비슷한 형편이겠지.”
로날드 사장은 자기 손을 떠나 서점에 진열되어 있을 책들을 떠올렸다. 아무도 집어 들지 않는 책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그는 다음날부터 서점마다 찾아다니며 팔리지 않은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만 사들였다. 하지만 곧 다른 출판사 책들도 마음에 들면 바로 집어 들어 값을 치렀다.
장서가가 된 로날드 사장은 사들인 책을 열심히 읽었다. 책은 누군가 읽어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는 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날드 사장의 넓은 집은 곧 책으로 터져나갈 지경이 되었다. 그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좁아진 집안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혼자 사는 탓에 항상 텅 빈 것처럼 느껴지던 집이었다.
“잃어버렸던 자식을 되찾아 오는 기분이라니까.”
로날드 사장은 자신이 마치 구조대원처럼 느껴졌다.
서점 진열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빛이 바래가던 책을 구하는 의인!
그는 책더미 사이에 놓인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고 잠들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