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생각남 Sep 19. 2022

10살 아들에게 배운 연애의 기술

나 뒷머리에 흰머리 많지?


아내가 깜빡이도 안 켜고 다짜고짜
질문을 던집니다.

1초 동안 머리를 360도 굴려도
신통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뻔히 보이는 흰 머리카락을 외면하며
조심스레 답했습니다.

“아냐, 자기 흰머리 없어”

“거짓말하지 마”

아내는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는 것에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선의의 거짓말’의 ‘선의’를 거부합니다.

아빠, 엄마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눈치 쟁이 둥이 2호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대답을 합니다.


엄마, 제가 대답해볼게요
엄마는 흰머리가 나도 예뻐요

아뿔싸… 어디서 많이 듣던 모범 답안.

‘나 살찐 거 같지?’라는 질문에도
Yes or No 대답 대신
‘당신은 살쪄도 예뻐’

‘나 머리 기르는 게 나아? 자르는 게 나아?’
하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하고
‘당신은 머리를 길러도 잘라도 예뻐’

기승전 ‘예쁘다’가 답인데
잠시 모범답안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2호의 대답에
100%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들에게 여자 마음 읽는 법을
배우라 충고합니다.

아빠의 연애 세포가 아닌
자신만의(?) 연애 세포를 갖고 태어난 둥이 2호.

타고난 연애 세포 탓일까요?

둥이 2호는 지난 금요일에
같은 반 여자아이에게 ‘사귀자’는
문자를 받았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자랑 아닌 자랑을 했습니다.

첫 교제 제안을 받은 둥이 2호

첫 교제 제안에 싫지만은 않은 듯 들뜬 2호.

누가 사귀자는 말에 꼭 그 사람 말을
따를 필요는 없고
본인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자연스레 화제가 바뀌었습니다.

초3 둥이들의 연애코치를 위해서라도
초등학교 아이들의 건전한(?) 이성 교제에
대해 공부를 시작해야 할 듯합니다.

어쨌든
아빠는 '연애의 기술' 초급 편부터 읽고 오는 것으로...


둥이 2호에게 배운 오늘의 연애 교훈!


A or B로 답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You are so beautiful)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