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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윤 Nov 30. 2018

집안일 0 수렴의 법칙

엄마의 공식 5



난 엄마에게 게으르다는 소리를 귀에 인이 박히게 들어왔다. 그런데 결혼하고 애까지 낳으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난 분명히 게으른데) 하루 종일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리빙박스와 서랍에 정리하고 여름옷을 헹거와 서랍에 빼내는 일을 하는 데 한참이 걸린 지가 엊그제인데, 또 그 옷을 다시 빼내고 여름옷을 집어넣는 일을 해야 했다. (휴, 사계절 옷이 한 번에 들어가는 드레스룸이 있는 넓은 집에 살고 싶다...)

뭐 이렇게 사야 할 게 많은지 겨울엔 가습기, 여름엔 제습기, 아이의 여름맞이용 모자, 양말, 옷, 기저귀,  등등 인터넷에서 살림용품, 육아용품 검색하는 데 시간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쇼핑을 상당히 귀찮아하는 난 집안의 주 소비자가 되어야 하는 게 반가운 일 만은 아니다. 살림에 필요한 물건들을 쇼핑하는 것, 육아 템을 사는 것 또한 굉장한 그림자 노동이다.

장난감을 정리하고 걸레질하고 빨래하고 젖병을 씻고 이유식을 만들고 설거지하면 어느새 또 난장판이 되어 있는 집... 

 



집안일은 안 하면 마이너스.
하면 본전.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 위에 올려놓으면 다시 떨어지고 끊임없이 올려놓아야 하는 벌을 받는 시시포스가 떠오른다.



아무래 해도 0으로 수렴하는 집안일이 순전히 자기만족이나 가족의 인정만으로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건
성취지향적인 나에겐 좀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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