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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관성 Consistency Jan 15. 2021

당신은 진정 자유로운가?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

에리히 프롬이라는 학자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진정한 사랑은 합일감, 즉 쉽게 표현하면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아름다운 정의로 현대 사회에서 물리적 욕망에 대한 집착으로 오염된 사랑에 대한 관념들에 일침을 가한 것이 바로 그다.


인간과 사회적 환경 간에 관계에 집중한 그는, 사회심리학자 및 철학자로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자유로부터의 도피"이다. 


최근 그것을 읽고, 그의 다른 저작을 접했을 때처럼 뜨거운 교훈이 밀려와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그는 중세시대를 거쳐오며, 종교개혁과 자본주의 도입을 포함한 일련의 사회적 변화들이 인간으로 하여금 보다 개인화 혹은 개체화되도록 하는 자유의 통로를 제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이 가진 자유 속에서 오히려 고립감과 외로움이 심화되는 모순된 사회심리학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쉽게 설명하면, 보다 많은 자유를 가진 개인주의적 인간이 됨으로써, 타인과의 연대가 부족해지고, 개인 간의 경쟁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많아짐으로써 이 사회에 대한 피로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소외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감소시키고, 오히려 다른 이들의 생각과 사회적 체계에 의존도를 높임으로서, 황금빛일 것만 같았던 "자유"로부터 도피하게 되는 인간상을 양산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정체성의 혼란과 외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개인들은 결국 타인이 행하는 독재와 지배에 취약해지고,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린 빈껍데기 인간이 되어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의 기준에 순응하게 되는 폐단이 발생한 것이 역사 속에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그는 해석하고 있다. 


그의 통찰력은, 실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꽤나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느낀 감상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나 인생의 가치를, 스스로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맞추어 수정하고, 또 그것을 마치 정답인 것 마냥 좇아가고 있는 이들도 그가 말하는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인간이다. 


특정 분야를 좋아하지만, 취업이 더욱 수월해 보이는 전공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또 그것을 지켜보는 타인은 자신도 마치 같은 진로를 선택해야만 될 것 같다는 강박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선택했어야 하는 것을 포기하고 순응하는 이들이 바로 그러한 객체의 예시가 될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그러한 이들에게, 적극적인 자유(freedom to)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그가 말하는 적극적인 자유란 자발적인 활동이다. 즉,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신념에 기반한 선택과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자아의 성장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과 다를 바 없는 스스로에 대한 위안으로서 화려한 물건을 소비하여 자신을 치장함으로써 타인과는 차별화된 개성을 추구하는데, 그것은 진정으로 거짓된 개성이고 자아다.


물질적 성공으로 획일화되는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가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인생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자유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많은 글을 저술한 나심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스완(읽어 보시기를 강추...)" 마지막 부분에서 기차를 놓친 자신에게 친구가 건넨 말을 상기한다.


"기차를 놓쳐서 아쉬운 것은, 그것을 애써 쫓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심 탈레브는 그 일화를 들려주며, 우리에게, 우리가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좌절하는 것은, 남들이 추종하는 성공의 기준을 좇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내가 설계한 게임, 에리히 프롬의 표현으로는 자발적 활동에서 우리는 패배할 수 없다. 


진정한 승리는 나의 선택, 신념, 의지로 이루어진 과정 그 자체다. 


내가 "이것"을 해야 할지, "저것"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과연 내가 남들이 정해놓은 이것 혹은 저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 모두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참고 문헌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나심 탈레브.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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