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이야기
언어란 무엇일까요? 눈을 감고 언어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머릿속에 “언어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나요? 아니면 “언어는 OO지.”라는 정답을 찾을 수도 있고요. 억지로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문장이 떠오르지요. 네, 맞습니다. 방금 여러분은 언어로 ‘생각’을 하신 겁니다. 물론 우리가 모든 생각을 언어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생각은 언어의 형태를 띠고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생각과 언어는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언어는 생각을 하는 도구입니다. 여러분이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할지 계획해 보세요. 아마 머릿속에서는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지” 같은 문장이 떠오를 겁니다. 물론 글자가 눈에 떠오르거나 실제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차분히 되뇌어 보면 뇌에서 그 의미가 생겨나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마치 높은 산의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서 지하수가 지상으로 뿜어져 져 나오는 것처럼요.
때로는 언어가 생각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한때는 언어가 우리 생각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이나 영어에는 각각 시간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 중 호피족의 언어에는 시간을 구분하는 표현이나 문법이 없다고 합니다. 언어가 생각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나 미국인들은 시간의 흐름에 관해 생각할 수 있지만, 호피족이 시간에 대한 관념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호피족은 달력이나 해시계 같은 것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즉, 그들의 말에 시간에 관한 표현이 없다고 실제로 시간을 느끼지 못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이런 주장은 굉장히 극단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언어와 생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때로는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면도 있다는 조금 약해진 주장 말입니다. 과거에 유교문화가 발달했던 우리나라는 개인보다는 가족과 같은 집단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언니’라는 식의 표현을 쓰곤 했죠. 반면 미국은 개인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영어에는 ‘my home,’ ‘my school,’ ‘my sister’같이 표현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언어로 생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거꾸로 다른 사람의 말과 문자를 우리가 이해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 의견, 감정과 같은 정보를 주고받는 것, 즉 의사소통이 언어가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입니다. 여기서 의사소통은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서로 말로 주고받는 나와 너의 대화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깨닫는 것, 혹은 일부러 어떤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나 스스로와의 의사소통입니다. 전화기나 인터넷을 통해 먼 거리에서 누군가와 의사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해 글을 쓰거나 정보를 얻고 학습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 행동도 의사소통입니다.
다만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책상’(위 사진)은 왜 우리말로 ‘책상’일까요? 영어로는 ’desk’라고 합니다. 사실 ‘책상’이란 물체가 우리말로 ‘책상’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어로도 ‘desk’라고 말할 이유는 없습니다. 과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우리말을 쓰는 조상들이 ‘책상’이라는 물체를 ‘책상’으로 부르기 시작했거든요. 하필 영어로는 이를 ‘desk’라 불렀던 것이고요. 이런 대상과 단어가 이유 없이 붙여졌다는 점을 우리는 언어의 자의성(恣意性)이라고 부릅니다.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고 그게 사회적 약속이 되면서 굳어졌던 것뿐입니다. 또 알까요. 여러분 중 누군가 만든 새로운 소리가 나중에 우리말에 포함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음 이야기로 나아가기 전에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언어는 크게 말과 문자로 구분합니다. 서로 소리를 내어 듣고 말하는 말은 음성 언어(spoken language), 또는 구어(口語)라고 합니다. 문자를 쓰거나 읽는 언어는 문자 언어(written language), 또는 문어(文語)라고 합니다. 음성 언어는 문자 언어와 비교하여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입니다. 그러다 보니 더 쉽고, 자주 쓰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문장도 길지 않고, 때로는 실수를 하여 문법이 틀린 말도 많이 합니다. 반면 문자 언어는 더 격식이 있고, 어려운 단어를 많이 씁니다. 문장은 더 길겠죠. 음성 언어는 아주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언어입니다. 여러분은 우리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아마 잘 기억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문자 언어는 어떨까요? 네. 초등학교, 때로는 유치원에서 배운 기억이 있을 겁니다. 문자 언어는 열심히 노력하여 배우게 됩니다. 음성 언어는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10만에서 20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말을 시작했을 거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자 언어는 언제 시작되었을까요? 대략 5000년 전 중동 지역에 살던 수메르인이 처음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음성 언어에 비해 역사가 많이 짧습니다.
앞으로 문법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때로 우리는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구분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미리 알고 가면 좋을 듯하여 이렇게 소개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그렇게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영어는 무엇인지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