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이야기
도대체 영어란 어떤 언어일까요? 어떤 역사를 겪었고, 그래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말인 한국어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왜 이미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고 있는 우리가 영어를 배워야 할까요? 영어 문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영어란 무엇인지에 관해 잠깐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영어의 역사와 특징, 영어가 세계에서 어떻게 대우받는지, 그래서 영어 공부는 왜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영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입니다. 지금의 독일어와 가까운 친척이고, 프랑스어와는 조금 먼 친척입니다. 5세기에서 7세기 사이 현재의 영국으로 이주한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세기를 거치며 많은 변화를 겪었죠. 라틴어와 그리스어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때로는 프랑스의 노르망디 공국이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바이킹의 침략을 받았고 점령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쓰는 언어들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빌려온 단어도 굉장히 많습니다. 문장을 쓰는 방법과 단어를 발음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학자는 고대 영어(Old English)의 85%가 현대 영어에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는 26개의 알파벳을 문자로 사용합니다. ‘A,’ ‘a’부터 ‘Z,’ ‘z’까지 있으며 각각 대문자와 소문자를 가지고 있죠. 우리 문자인 한글과는 모양과 쓰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BC 2,000년 전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문자에서 유래하여 그리스와 로마 시기를 거쳐 현재 우리가 아는 그 알파벳의 모습이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작은 별의 멜로디에 알파벳 가사를 붙여 불렀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영어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뿌리가 같은 다른 언어들에 비해 단어의 형태 변화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어에서 ‘reitan(말을 타다, 승마하다)’라는 단어는 문장에서 쓰일 때 변화가 16개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영어에서 ‘ride(타다)’는 5개의 형태(ride, rides, rode, riding, ridden) 밖에 없지요. 영어를 공부하는 우리 입장에서 이 점은 큰 위안을 줍니다. 이런 식의 변화를 문법적으로는 굴절(inflection)이라고 부릅니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옆의 그림처럼 빛이 물을 통과할 때 각도가 살짝 꺾이게 되는 현상이지요. 영어에서도 어떤 단어들은 문장 속으로 들어갈 때 모습이 살짝 바뀐다고 하여 이를 굴절이라고 표현합니다. 대신에 영어는 단어의 순서가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이 부분은 문장의 구성요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세히 다루기로 합시다.
반면에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는데 큰 부담을 주는 악명 높은 특징도 있지요. 바로 철자와 발음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입니다. 처음 영어 발음과 문자를 배울 때 아주 지긋지긋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부분입니다. 영어 철자와 발음 문제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영상이 있습니다. ‘bomb(폭탄)’ 발음을 우리말로 표기하면 [밤]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tomb(무덤)’은 ‘bomb’과 첫 알파벳만 다를 뿐인데 [탐]이 아니라 [툼]이라고 발음합니다. 심지어 ‘comb(빗)’은 [콤]이라고 발음하죠. 아. 이 세 단어 모두 마지막 b는 발음이 되지 않습니다. ‘comb’과 비슷한 발음이 나는 [포임]은 ‘pomb’이 아니라 ‘poem(시)’입니다. 그리고 또 이와 비슷하게 [홈]이라 말하는 단어는 ‘home(집, 가정)’이죠.
조지 버나드 쇼라는 사람은 영어 단어 ‘fish(물고기)’는 때로는 ‘ghoti’라고 써도 된다고 영어 발음과 철자의 불일치에 대한 괴로움을 표현했죠. ‘tough(힘든)’는 [터프]로 발음 나는데 gh는 [f]로 발음합니다. ‘women(여자들)’은 [위민]으로 읽고 그래서 o는 [i]로 소리 나죠. 마지막으로 [네이션]으로 발음하는 ‘nation(국가)’에서 ti는 [ʃ]로 소리 납니다. 그걸 합치게 되면 ‘ghoti’의 발음은 ‘fish’와 똑같은 [fiʃ]가 됩니다. 어떤가요? 좀 지긋지긋하신가요? 다행히 이를 위해 영어는 파닉스(phonics)라는 학습법도 있습니다. 아마 영어유치원이나 영어 학원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테지요. 이는 영어의 다양한 철자와 발음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방법입니다. 파닉스는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난 주제여서 나중에, 또 다른 기회가 될 때 여러분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지금은 국제어로써 영어가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왜 영어를 배워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게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힘이 세지면서, 영어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영어를 사용했습니다. 국제화가 시작되면서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죠. 나라 간에 무역과 거래할 때도 영어를 썼고, 외교를 할 때도 영어를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 서서 학자들은 학문적으로 ‘세계 영어(World Englishes)’라던가 ‘공용어로써 영어(English as lungua franca)’같은 개념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브라지 카츠루(Braj Kachru)라는 학자는 1985년에 세계 영어(World Englishes)라는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영어에 대해, 각 지역별로 다양한 표현과 발음, 특징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지요.
2000년대에 들어 인터넷 사용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인터넷의 바다에서는 영어가 더욱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다양한 온라인 기술들이 얼마나 사용되는지를 분석한 W3Techs라는 웹사이트가 있는데요. 2025년 12월 6일 기준으로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49.3%)라고 합니다. 그 뒤를 이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가 5% 정도이고, 한국어는 0.8% 사용되고 있죠. 대학에 가면 읽게 되는 학술적인 글은 더합니다. 자연과학에서는 98%,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90% 이상의 글이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아마 많은 전공 서적과 논문을 영어로 읽게 될지 모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학자인 브라지 카츠루는 세계 영어를 분석하며 영어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를 기준으로 세 집단으로 분류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같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들을 내부 집단이라 불렀습니다. 싱가포르, 인도, 필리핀 같이 모국어가 있지만 영어 역시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아주 많이 사용하는 나라들을 외부 집단이라 했습니다. 일본, 중국 같은 아시아와 많은 유럽국가처럼 그 밖의 나라들을 확장 그룹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거의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모국어로 이루어집니다. 학교나 공공기관, 티브에서도 영어를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세 집단 중에 어디에 속할까요? 네, 여러분도 쉽게 알아채셨듯이 우리는 확장 그룹에 속합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을 우리말과 한글을 이용해서 소통하죠. 학교나 학원에서 접하는 영어를 제외하고는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여 영어로 된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요. 그러나 친구들끼리 말할 때는 우리말을 사용합니다.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일을 처리할 때도 한글을 쓰죠.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확장 집단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필요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영어를 열심히 하는 것일까? 하고요. 우리의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영어 교육의 열기는 엄청납니다. 1990년부터 특히 2010년도에 우리나라에서도 영어에 대한 불꽃이 활활 타올랐죠. 아마도 우리가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위에서 이미 언급한 이야기 때문일 거예요. 영어가 세계적으로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끼리 소통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교육 체계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평가에서 영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학교 수업에서 영어 교과서를 펼쳐 보았던 때를요.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영어 시험이 정기적으로 치러집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에서 영어 과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토익, 토플, 텝스 등과 같은 공인 인증 시험 점수를 얻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이런 현실적인 이유랑은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언어 철학자의 대가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The limits of my language mean the limits of my world).”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내 세계를 확장시키는 활동입니다. 위에서 언어가 생각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 삶에 대한 태도와 문화도 함께 배우게 됩니다. 내 세계를 넓히면 좀 더 뚜렷이 세상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가장 단순하고도 큰 문제가 우리의 눈앞에 우뚝 나타납니다. 어떻게 영어를 잘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죠. 우리가 영어를 배운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하는 모습일 겁니다. 그러나 사실 이는 영어 학습에 관해 수면 위에 떠 있는 빙산의 작은 꼭대기만 보는 일입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죠. 영어 문법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문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영어 문법이라니. 이게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다음 장에서는 문법이 무엇인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