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출판사를 운영한 지 4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염려하고 응원해줬던 친정 가족들도 이제는,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면서 사업이라 할 수 있느냐며 접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아직 접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어요."
가끔 나 자신도, 스스로 묻는다. 왜 이 일을 하는 것일까? 누가 다그치지 않고, 누가 만들라고 하지 않는데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서 책을 만들고, 기획하고,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무엇 때문에? 그러다가 결국 찾은 답이 이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해야겠기에.
1인출판사를 차리기 전까지는 출판사에서 일한 적도, 국문학과를 졸업했다거나, 문학 분야 언저리에 있어본 적도 없던 내가 출판사를 차리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고, 생각해보면 무모하게도 별 고민 없이 자연스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무엇이든 배우는 것에 흥미를 느껴 무작정 프로그램이 있으면 찾아다가 들으면서 실무 경험도 쌓아왔다.
어떤 매력이 있어서였을까? 그건 아마도 책 만드는 일이 종합예술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고 읽고 다듬어야 하고, 편집해야 하고, 책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야 하고, 제작해야 하고, 홍보해야 하고, 팔아야 한다. 한 권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문학, 예술, 상업 등 모든 분야가 어우러진다. 한 가지 똑같은 작업을 오래도록 반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나로서는 딱 맞는 일이다.
한 권 작업이 끝나고 나면 다음 권은 또 이 비슷한 사이클의 반복이긴 하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어떤 책인가에 따라 작업이 그 안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해내며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작업할 수 있다.
어느 분야건 나름 전문가 집단이 있고, 그 안에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나는 출판을 하지만 출판 전문가 그룹에 들지 못하고, 그 네트워크와 그 세상 안에 있지도 않다.
가끔 이게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서 있는 발판이 남들처럼 견고하지 못하여 어디선게 발이 쑥 빠져 허우적거리지나 않을지, 누구도 내게 자격증을 주지 않았는데 책을 만들어도 될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재미있는 책이 있고,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독자들과 이어주는 일을 하는 내가 좋다.
그래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하고 싶다. 책을 통해 세상과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