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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of SNU Jan 22. 2022

서울대학교 한 청소노동자의 삶을 묻다.

제2편 "내려놓으니까 조금 낫더라구요"

"근데 내려 놓으니까…내 자신이 내가 지금 동안 뭐 한 거야? 나한테 투자를
안했거든. 결혼하고 나서, 나한테 투자하지 않았어요. 내 자신에게 투자를 안했고,
오직 자식하고, 신랑하고, 이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Q. 자식들 키우시면서 부모님 생각이 나시거나 그런 적도 있으신가요? 

A. 제가 형제가 많으니까. 내가 배우고 싶은 만큼 못 배웠잖아요. 능력도 안되었지만, 우리 애들한테는 해주고 싶은 것 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버는 것에 비해 우리 아들한테는 중학교, 초등학교때부터 과외 시키고 했어요. 그래서 엄청 했는데, 아들이 중3 사춘기가 오면서 공부를 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들하고 엄청 싸웠어요. 나중에는 내려 놔야겠더라구요. 내가 안 내려놓으면 안 되겠더라구요… 내려놓으니까 조금 낫더라구요. 

그래서 그때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 내 마음대로 자식이 안되듯이 우리 엄마 아버지도 똑같이 자식 다 해주고 싶었지만, 당신들이 능력이 안되어서 다 못해준 것에 대해 절실하게 느꼈어요. 나는 진짜 오기로 내 자식은 어딜 내어놔도 모자라지 않게 기르고 싶다고 생각해서 아들, 딸한테도 내 수입에 비해 많이 투자했어요. 근데 안 되더라고. (웃음)


Q. 그 세대에 계시던 분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도움 못 받고 하는 응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자식에게는 막 해 주려 하는데 자식은 또 그 마음을 몰라주고. 그래서 선생님 세대 분들이 부모가 되시면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A. (이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나뿐 아니고. 근데 내려 놓으니까, 이게… 탁 내려놨는데, 휑하더라구요. “내가 지금까지 뭐 한 거야?”하는 생각도 나고요. 나한테 투자를 안했거든요. 결혼하고나서 나한테 투자하지 않았어요. 오직 자식하고, 신랑에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애가 그렇게 되어서 내려놓으니까 좀 뭐라 그러나… 좀 그랬어요. 많이…

지금 이건 한참 뛰어넘어서 얘긴데, 지금은 아들이 결혼하고, 우리 부부와는 따로 사는데 아들이 전화를 안해서 제가 전화했더니, 한 달 정도 되었나? “너는 뭐 하는데 전화를 안하니?” 그랬더니 우리 아들이 “엄마 뭐가 궁금하세요?” 그러는 거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인제는 아들은 내 아들이지만, 아들은 첫째로 우리 며느리의 신랑이고, 둘째는 손주들의 아버지고, 그 다음 나는 세 번째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다음부터는 아들하고 통화를 안해요.


Q. 저 같으면 꼴도 보기 싫다고 했을 텐데…

A. 근데 자식은 안 그래요… 살아보니까 세월이 가서 그런지, 내가 우리 시어머니나 우리 엄마, 아버지한테는 그렇게 못했던 것 같아요. 이해를 못했고, 다 그런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가 조금만 더 부모님 이해하고, 생각했다면… 근데, 부모가 자식한테 베푼 것만큼은 안돼요. 그렇더라구요…


Q. 선생님 그러면 아이를 낳으시고는 약국을 그만두신 건가요?

A. 아니요. 결혼하면서 그만뒀어요.


Q. 그러면 다시 일을 하신 건 언제부터이신가요?

A. 다시 일을 한 건요. 아들이 중학교때 우리 아들 과외비 벌으려고 아르바이트로 시작을 했어요. 


Q. 어떤 걸 하셨어요?

A. 그때도 장사했어요.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장사했어요. 식품점, 야채가게에서 했어요. 애들한테 지장 없게끔 오후 1시에 나와서 저녁 7시나 8시에 퇴근했어요. 


Q. 그러시다가 그 다음에 바로 서울대 오셔서 일을 하시게 된 건가요?

A. 야채가게를 그만두고 조금 쉬었어요. 조금 쉬고 있는데 친구가 여기를 다녔어요. 친구가 다니는데, 서울대학교 A단과대 체력단련실 일이 그때 당시에 50만 원인가 그랬어요. 알바로 왔어요. 거기에 교수님들 체력단련실이 있어요. 그 공간을 청소해주고 체육복, 수건을 빨아서 탈수해서 말려서 개어 주고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1년 정도 했어요.

근데 거기 교수님이 저보고 그러더라고요. 아주머니 정식으로 일해볼 생각은 없냐고. 있으시면 행정실에다가 사람 쓸 적에 아주머니가 참 깨끗하게 열심히 잘하시는 것 같다고 추천해주시겠다고. 그 교수님이 조교수에서 부교수가 되면서 외국을 나가셨어요. 1년 동안 외국 나갔다 오셨는데, 제가 그때까지 정식으로 안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교수님이 오셔서 행정실에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 뒤로 A단과대로 들어갔어요. 그러고는 A단과대에서 3월까지 있었어요.


Q. 올해 3월이요? 여기 몇 년간 계셨던 거예요?

A. 아, 11년도에 들어왔으니까. 정식으로 들어온 거는 13년도쯤이었고 제가 이제 A단과대 체력 단련실로 온 거는 11년도에 왔어요.


Q. 거의 10년을 서울대학교에서 일하신 거네요?

A. 예. 10년 동안 A단과대에서 재밌게 했어요. 재밌었어요.


Q. 뭐가 재미있으셨어요?

A. 그냥 일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고, 열심히해서 그런지 교수님들이 저를 되게 잘 봐주었어요. 교수님들이 진짜 많이 챙겨주시고, 그에 보답하기위해 내가 또 내 성의 것을 하려고는 했어요. 모든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지, 안 하려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본부에서 A단과대는 겉으로 보기엔 건물이 오래되어서 허술해 보이는데, 안에 들어오면 깨끗하다는 칭찬이 많았어요.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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