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아직 프리랜서로 살겠다 결정하기 전이다. 여기 저기 이력서를 넣으며 매일같이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쿵하고 떨어지는 충격으로 얼얼하게 살아가던 때이다. 내가 나에게 질문하며 긁적였던 초고를 발견했다. 푸웃! 웃음이 튀어 나온다. 지금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것이 이력서 작성할 때보다 더 혹독하다 ㅋ
꼬깃꼬깃 접힌 글을 펴서 세상에 보인다. 이제야 가능한 자기 노출.
이직을 꿈꾼다면 지금의 그 자리에서 이를 악물고 이력서에 넣을 몇 줄 잘 챙기기 바랍니다!
자문: 나 오늘 죙일 씨름했어. 나보다 큰 것 같지 않은 종이 몇 장 앞에서, 내가 하염없이 작아진다. 자랑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밑보일 것은 없지 않나?
자답: 아....아니구나. 자랑할 것도 없어서 내 놓았을 때 부끄럽구나. 밑보인다 생각하는구나.
자문: 과거로 돌아갈 수 없잖아. 돌아가서 Back 키나 Delete 키를 누를 수만 있다면.. 정말 남기고 싶지 않은 몇몇 장면만 경력사에서 덜어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된다. 싫어도 어쩔 수 없어. 과거는 나한테 꼭 붙어 있어. 그리고는 미래까지 같이 가지. 나를 작게 만드는 이력서 앞에 더 이상 서지 않을 그 날이 오면, 그 때는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너무 궁금한데, 남한테 못 묻겠는 그런 질문이 하나 있거든. 나 진짜 부끄럽게 살았어?
자답: 아니, 잘 살았어.
자문: 근데 왜 이력서 제출할 때면 늘 자괴감을 느끼지?
자답: 그건....그들이 원하는 경력이 없어서 그렇지
자문: 근데,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잖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따라 잡으려 노력 많이 했는데....
그리고, 뭐, 일이 내가 하고 싶다고 하나? 시키는 일을 하는거지. 내 분야랑 무관한 일을 시키는데, 그럼 어쩌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