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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Jul 08. 2024

NONE

가장 믿고 의지하던 동료가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두었다. 일종의 잠수. 섭섭함, 미안함, 슬픔 같은 감정이 잠시 지나가기도 했지만 지난 일주일 무엇보다 나를 지배한  무력감이었다. 프리랜서가 많은 업계 특성상 사람들이 금방 떠나고  금방 채워지는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데려온  스태프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그리고 믿을  없을 만큼 유려하게 책임을 피해버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신기했다. 유체이탈에 탁월한 사람들.


연차가 쌓이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면 뭐든 조금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답답함은 여전하다. 이제는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게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근본적인 시스템은 너무나 그대로라서. 재미와 의미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 알량한 보상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시키는 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마모되고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는 다시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로 잠시 채우고, 또 보내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나 역시도 무력감을 핑계로 사실은 내가 할 수 있었던 것까지도 하지 않고 그 말 뒤에 숨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냉정하게 돌아볼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게 조금은 더 있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도 신참 유체이탈자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둔 동료의 일을 주말 동안 맡아서 했는데, 몸이 좀 피곤한 것만 빼면 걱정에 비해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창문 하나 없는 편집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 모든 일들이 어쩐지 별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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