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믿고 의지하던 동료가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두었다. 일종의 잠수. 섭섭함, 미안함, 슬픔 같은 감정이 잠시 지나가기도 했지만 지난 일주일 무엇보다 나를 지배한 건 무력감이었다. 프리랜서가 많은 업계 특성상 사람들이 금방 떠나고 또 금방 채워지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데려온 내 스태프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려하게 책임을 피해버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신기했다. 유체이탈에 탁월한 사람들.
연차가 쌓이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면 뭐든 조금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답답함은 여전하다. 이제는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게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근본적인 시스템은 너무나 그대로라서. 재미와 의미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 알량한 보상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시키는 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마모되고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는 다시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로 잠시 채우고, 또 보내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나 역시도 무력감을 핑계로 사실은 내가 할 수 있었던 것까지도 하지 않고 그 말 뒤에 숨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냉정하게 돌아볼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게 조금은 더 있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도 신참 유체이탈자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둔 동료의 일을 주말 동안 맡아서 했는데, 몸이 좀 피곤한 것만 빼면 걱정에 비해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창문 하나 없는 편집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 모든 일들이 어쩐지 별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