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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짜글쟁이 Jan 15. 2024

양배추떡볶이 2

우리 엄마

울기만 하던 동생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엄마는 리어카를 알아봤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팔고 싶다고 했다. 동네 놀이터에서 떡볶이를 팔겠다는 엄마, 그런 엄마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던 엄마는 곧 잠잠해졌고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여느 때처럼 학교를 마치고 왔는데 엄마와 동생이 집에 없었다. 또 미용실에 갔으려니 싶어 미용실로 내려갔는데 있어야 할 엄마와  동생이 없었다.   

  

- 아줌마, 혹시 엄마 어디 갔는지 아세요?

- 엄마 오늘부터 떡볶이 판다고 한 거 같은데? 놀이터 한 번 가봐라.     


그럴 리가 없어, 엄마가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팔 리가 없어. 아닐 거야, 제발 아니기를...

아줌마의 말이 틀렸기를 바라며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 입구에는 처음 보는 주황색 포장마차가 있었고, 그 옆으로 줄을 선 아이들이 보였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오줌을 쌀 것 같았다. 엄마가 날 볼까 봐 얼른 집으로 뛰어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방문을 쾅 닫고 침대를 주먹으로 쾅쾅 내리쳤다. 창피했다. 그런 엄마가 미웠고 엄마가 부끄러운 내가 미웠다. 그렇게 혼자 울다 지쳐 잠 들었다. 붉은 노을이 창문에 드리울 즈음 엄마가 돌아와 날 깨웠다. 나는 모르는 척하며 어디 다녀왔는지 물었다. 엄마는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아마도 엄마는 눈치를 챘던 것 같다. 엄마의 장사가 창피하지 않은지 물어봤다. 난 괜찮다고 했다. 창피한 일이 아니라고 거짓말했다.  

    

그날 밤 온갖 생각이 들어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내일 학교에서 창숙이가 아는 척하면 어쩌나, 주희가 물어보면 어쩌나 걱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곧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파는 엄마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없을 땐 엄마가 동생을 끼고 장사를 했고, 내가 놀이터에 가면 동생은 나와 놀았다. 그렇게 우리가 흙으로 떡을 빚고, 출렁다리에서 장님 놀이를 하다 보면 엄마의 장사는 끝이 났다.      


장사는 나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엄마의 장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엄마의 떡볶이를 매일 먹는 것에 익숙해지려 할 때 엄마는 포장마차를 팔겠다고 했다.  누가 신고를 해서 장사를 더 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놀이터에 나가지 않게 된 엄마는 무기력한 표정으로 집에 누워만 있었다. 평소라면 분명 씩씩하고 당차게 다른 방법을 찾았을 엄마였다. 누가 신고했는지 찾아내자고 씩씩거리는 내게 엄마가 말했다.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그때 동생과 매일 같이 놀던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 그 아이가 동생과 놀지 않았고 엄마가 주는 떡볶이도 받아먹지 않아 엄마가 이유를 물어봤다고 했다.     


- 우리 엄마가 포장마차 하는 집 애랑은 놀지 말라 그랬어요.


엄마는 그 말에 떡볶이 팔기를 멈췄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파는 게 뭐가 그리 나빴길래, 또 그 집 아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우리는 어울리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던 걸까?


그때 엄마가 팔던 떡볶이에는 양배추가 들어갔다. 난 그 양배추 떡볶이가 참 싫다. 그 양배추 떡볶이에는 엄마의 땀과 눈물, 그 앞에서 우쭐대는 마음들, 수군거리는 이야기, 감히 엄마를 불쌍히 여기던 시선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놀이터에서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던 나와 동생 그리고 우리 엄마까지. 우리만 모르던 그 무수한 시선과 함께 양배추 떡볶이에 녹아 버린 우리를 이제는 건져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공부한다. 그 시꺼먼 고추장 물에 빠진 우리를 건져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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