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할때 자주 나오는 소재가 있다. 내가 질문을 할 때도 있고 질문을 받은 적도 많은데, 바로 ‘즉흥적인 편인지 계획적인 편인지’ 묻는 말이다. 얼마 전에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나는 생각이 깊은 편이 아니니까 이제껏 당연히 내가 ‘즉흥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어제 대만여행을 가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생각해봤다. 과연 정말 내가 즉흥적인 편일까 하고. 답은 좀 애매했는데, 나는 7:3 혹은 6:4 비율로 계획적인 면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계획을 다 짜놓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두는 것을 선호하는 거다.
사실 이 이야기는 여행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 방식이나 성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에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그 사람과 나의 차이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행동력. 그는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지만 나는 그 반대다. 처음에는 성격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꽤나 우유부단한 사람이니까. 우유부단하면 어떤 선택에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상태가 지속되고 심해지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배고플 때 뭘 먹을지 정하지 못해서 끼니를 굶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손에 돈을 쥔 채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대방도 과거에 꽤나 우유부단했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순간 선택을 고민하는 시간이 아주 아깝게 느껴졌고 그 시간에 빠르게 선택하고 그 결과가 어찌돼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또한 본인 피셜에 따르면 마음대로 살고 싶어서 프리랜서 작업을 아주 열심히 했고, 지금은 꽤나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한다. 아주 멋진 사람이다. 그 사람과의 꽤나 많은 이야기 덕분에 세상에 직업이 정말 많고, 어떻게든 길은 생길 수 있으며, 열심과 비례하는 보상이 주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게 됐다. 이런 사람을 알게 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문득 안정함 속에서 안전할 정도의 리스크만 감당하려고 하는 내 태도나 습관이 간절함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도 원체 게을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 스스로 아주 열심히 아무 생각도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도 생각이 더 깊어지려고 하면 잠이 온다. 생각하는 걸 몸이 거부하는 느낌이다. 알콜 중독처럼 무기력 중독, 게으름 중독, 익숙 중독 같은 것도 있는 걸까. 생각이 없으면 걱정도 없으면 좋을텐데, 또 그것도 아니다.
상수역 근처 달콤한 거짓말의 호박크림케이크와 알밤케이크. 알밤 케이크는 별 맛이 안났고, 단호박 케이크의 크림은 단호박의 단맛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섞여 아주 맛있었다. 7300원
그래서(?) 대만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결심한지 하루만에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했다. 타이베이야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숙소와 비행기표를 예약했으면 준비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아닌가...?)
다녀오면 난 경제적으로 꽤나 힘들어질 것이고, 어거지로라도 부지런히 살겠지. 물론 그것 때문에 여행을 결정한 것만은 아니다. 모르는 곳을 가는 것을 항상 즐거운 곳이고, 특히 대만은 예전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어서 더 가고 싶었다.
여행을 갈까말까 고민하면서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건 ‘이 상황에서 내가 여행을 가도 되나’라고 끊임없이 눈치보는 나였다. 눈치보는 게 지겨워져서 이럴거면 ‘그냥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못갈 건 또 뭐란 말인가. 다녀와서 뭐든 닥치는대로 하면 되지. 내가 세상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눈치보며 한 세계의 주위를 맴돌았던 건 그저 의식없는 관성 때문이었을까? 이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이러다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좀 덜하기로 했다. 아직 망할 정도로 해보지도 않았으니까.
상수역의 옹달샘 김치찜. 김치찜이 주문한지 5분만에 나왔다.(진정한 패스트푸드) 아주 배고픈 상태에서 가기 좋은 식당. 곤드레밥 두 그릇 먹었다. 강된장은 기름져서 별로였다.